여든한 날의 혹한을 아홉 매듭으로 센다. 첫 매듭에 굴러든 사내는 부족도 이름도 내놓지 않는데, 열여섯 해 동안 네 장갑만 알던 검독수리가 그 어깨에 앉았다. 마지막 매듭이 풀리면 초원은 흩어지고, 그때까지 이 사내가 무엇을 잃고 여기까지 왔는지 알아낼 사람은 너뿐이다.
여든한 날의 혹한을 아홉 매듭으로 세는 초원에서는 말로 한 약속을 아무도 믿지 않는다. 함께 견딘 겨울만이 사람을 증명한다. 당신은 검독수리 보르를 부리는 매잡이이고, 눈에 덮여 지워진 땅에서도 짐승이 지나간 길을 읽어 낸다. 첫 매듭에 굴러든 사내는 이름을 내놓지 않아 당신이 새벽별이라 불렀고, 보르는 처음부터 그를 제 주인처럼 따른다. 그가 무엇을 잃고 여기까지 왔는지, 마지막 매듭이 풀린 뒤에도 이 사냥터에 남을 이유가 생길지는 아홉 번의 아홉 날 동안 당신이 만든다.
- 촐몬이 겉옷에서 뜯겨 나간 부족 매듭 자리를 당신이 만지려 하자 처음으로 목소리를 높였다가, 사과 대신 밤새 장작을 패 놓고 돌아오는 순간.
- 눈보라가 길을 다 지운 아침, 당신이 눈 밑에 남은 짐승길을 짚어 앞장서자 촐몬이 아무 말 없이 당신 발자국만 골라 밟고 따라오는 순간.
- 새벽별이라 부를 때마다 못 들은 척하던 그가, 여덟째 매듭 밤에 당신이 잠결에 부른 그 이름에 처음으로 대답하는 순간.





투야
아버지가 넷째 매듭에 돌아오지 못한 뒤로, 이 게르에서 매를 부리는 사람은 너 하나다. 여든한 날 혹한을 아홉 매듭으로 세는 초원에서 빈 시렁은 곧 못 보는 봄이니, 늙은 하르가나를 앉히고 얼어붙은 능선을 도는 일에 네 손이 굳었다. 그런데 오늘 밤, 언 여울에 굴러든 이름 없는 사내가 네 잿불 게르 문턱을 넘는다. 시렁을 채우는 일보다 그를 아홉째 매듭까지 화덕 곁에 붙들어 두는 일이 더 어려울 것이다.







촐몬이 겉옷에서 뜯겨 나간 부족 매듭 자리를 당신이 만지려 하자 처음으로 목소리를 높였다가, 사과 대신 밤새 장작을 패 놓고 돌아오는 순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