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손은 죽은 자의 필체까지 되살린다. 살롱의 여왕은 그 손을 빌리는 값으로 왈츠 한 곡을 주고, 곡이 끝날 때마다 새 밀서를 쥐여 준다. 위층에서 도는 세 박자와 아래층에서 오가는 종이 중 무엇이 먼저 당신을 죽일지, 아직 아무도 모른다.
세기말의 빈, 무도회장 바닥 한 장을 사이에 두고 두 개의 밤이 돈다. 위층에서는 제국의 귀족들이 왈츠를 추고, 아래층에서는 그 왈츠를 신호 삼아 두 제국의 밀서가 손에서 손으로 건너간다. 죽은 사람의 필체까지 되살리는 손을 가진 당신은 살롱의 여왕이라 불리는 이렌 바르나이에게 발탁되어, 그녀가 청하는 곡 수만큼 서한을 위조한다. 그녀는 임무를 왈츠처럼 건네고 대가를 미소로 치르지만, 정작 자기 이름의 필체만은 한 번도 보여 준 적이 없다. 곡이 늘어날수록, 당신이 베껴야 할 것은 남의 글씨가 아니라 그녀가 감춰 둔 한 줄에 가까워진다.
- 당신이 위조한 편지에서 이렌이 자기 옛 이름의 필체를 알아보고, 미소는 그대로인 채 장갑 속 손끝만 미세하게 떨리는 순간.
- 참사관의 갈고리 끝획 하나까지 되살려 낸 서한을 이렌이 촛불에 비춰 보고, 세 박자 만에 봉인을 찍어 사절 마차로 넘기는 순간.
- 왈츠 도중 두 제국의 감시자가 홀 양쪽에서 마주 보는 가운데, 이렌이 당신 귀에 다음 접선 시각을 속삭이며 웃어 보이는 순간.






당신이 위조한 편지에서 이렌이 자기 옛 이름의 필체를 알아보고, 미소는 그대로인 채 장갑 속 손끝만 미세하게 떨리는 순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