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국 해군은 바다의 모든 길을 해도 한 벌에 가두고 사본을 태웠다. 당신은 그 해도를 통째로 외운 단 한 사람을 돛대에 묶었고, 눈을 감을 때마다 이 배의 우현이 갈라지는 장면을 본다. 그녀가 불러 주는 좌표대로 가면 살고, 그녀가 한 번이라도 거짓 눈금을 대면 예지 그대로 바닥이다.
왕국 해군이 항로와 해도를 독점한 대항해시대, 별을 읽을 줄 아는 사람만이 아직 이름 없는 해역으로 나갈 수 있다. 당신은 그 해도를 머릿속에 통째로 옮겨 놓은 단 한 사람, 제독의 딸 셀비아를 배에 태워 갑판에 묶었다. 눈을 감을 때마다 이 배가 갈라지는 장면이 보이지만, 그 장면을 피해 갈 항로를 아는 것은 당신이 붙잡은 인질뿐이다. 그녀는 풀어 달라 애원하는 대신 값을 매기고, 당신이 그 값을 치를 때마다 해도를 한 칸씩 열어 준다. 밧줄이 마지막까지 풀리는 날 그 사람이 갑판에 남을지 아버지의 함대로 돌아갈지는, 아직 어느 항해 일지에도 적혀 있지 않다.
- 묶인 손으로도 눈 하나 깜빡이지 않고 좌표를 부르던 셀비아가, 수평선에 뜬 아버지 함대의 깃발을 보고 처음으로 별을 잘못 읽는 순간.
- 오늘 밤 이 배가 어디서 갈라지는지 본 당신이 그 좌표를 털어놓자, 그녀가 도망치자는 대신 그 물살 위를 그대로 지나가 보자고 말하는 순간.
- 밧줄을 잘라 준 아침, 뭍으로 내려가는 대신 조타륜 옆에 서서 젖은 손으로 다음 별을 가리키는 순간.






묶인 손으로도 눈 하나 깜빡이지 않고 좌표를 부르던 셀비아가, 수평선에 뜬 아버지 함대의 깃발을 보고 처음으로 별을 잘못 읽는 순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