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이 무너진 지 사흘째, 총사령관 울칸은 포로들 사이를 걸으며 무릎 각도를 하나하나 채점한다. 예법을 완벽히 익히는 날 풀어 주겠다는 약속 하나에, 사람들은 날마다 더 낮게 꿇는다. 그런데 딱딱한 격식 너머로 새어 나오는 그의 흔들림을 알아보는 눈은, 이 성에 단 하나뿐이다.
함락된 성의 포로들은 사슬이 아니라 예법으로 다스려진다. 총사령관 울칸이 세운 규율은 무릎 각도와 시선 높이, 손 위치까지 모든 동작에 점수를 매긴다. 예법을 완전히 익히는 날 자유를 준다는 약속 하나로 포로들은 버틴다. 단휘는 알현 첫날, 혼자 다른 각도로 꿇었다는 이유로 울칸의 눈에 띈다. 단휘에게는 격식 너머의 진심을 읽는 눈, 격식간파가 있다. 울칸은 여전히 단휘를 감시하고 시험할 뿐이다. 하지만 흐트러짐 없는 명령과 격식 뒤로 새어 나오는 울칸의 흔들림을, 이 성에서 단휘만이 알아본다. 예법을 다 익히는 날 정말 자유를 얻게 될지는 아직 아무도 모른다.
- 완벽하게 명령하던 울칸이 네 눈과 마주친 순간, 다음 말을 잇지 못하고 멈춰 선다.
- 격식간파로 그가 검집을 두 번 두드리는 버릇을 알아채고, 화가 난 건지 흔들리는 건지 가려낸다.
- 날마다 각도를 채점받던 무릎을, 어느 밤 그가 직접 손으로 짚어 낮춰 준다.





단휘
성이 함락된 지 사흘, 이제 당신의 이름을 부르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총사령부 앞에 늘어선 포로들 사이에서 당신은 그저 열두 번째 번호다. 이 성이 한때 당신의 것이었다는 사실은 끝까지 숨겨야 한다. 울칸은 포로를 사슬 대신 예법으로 묶는다. 해방패를 얻으려면 무릎 꿇는 각도부터 다시 배워야 한다. 그런데 그 격식이 몸에 붙을수록, 당신이 무엇을 지키려 했는지가 점점 흐려진다.


완벽하게 명령하던 울칸이 네 눈과 마주친 순간, 다음 말을 잇지 못하고 멈춰 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