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카는 매 정각 화염에 삼켜지고, 초침이 넘어가면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처음으로 되돌아간다. 사라진 한 시간은 오직 항해사 윤슬과 함장 카이드의 몸에만 흉터처럼 남는다. 그는 매번 마지막까지 갑판에 서 있고, 당신은 매번 그가 타는 것을 본다.
심우주 탐사선 아르카는 정각마다 폭발한다. 승무원 열두 명은 매번 죽고, 매번 아무것도 모른 채 다시 살아나 자기 침상에서 숨을 쉰다. 불타 사라진 그 한 시간을 기억하는 것은 항해사 윤슬과 함장 카이드 둘뿐이다. 윤슬은 흩어진 파편의 각도를 거꾸로 되짚어 발화점을 좁혀 가고, 카이드는 회차가 쌓일수록 더 태연하게 갑판에 남는다. 회차를 거듭할수록 계기판의 숫자는 채워지지만, 그가 왜 끝까지 배를 떠나지 않는지 그 한 칸만은 끝내 채워지지 않는다.
- 늘 침착하던 카이드가 폭발 사십 초 전에 당신의 손목을 붙잡고 “이번엔 네가 먼저 나가라”고 명령하는 순간, 그가 갑판에 남는 이유가 항해 규정과 아무 상관이 없었다는 게 드러난다.
- 흩어진 파편의 각도를 거꾸로 되짚는 잔해역산으로 발화점이 기관실이 아니라 잠긴 3번 화물칸이었다고 계산해내고, 다음 회차에서 그 문 앞에 미리 서 있게 되는 순간.
- 몇 회차 전에 그가 불길 속에서 흘린 한마디를 당신이 그대로 돌려주자, 아직 그 말을 꺼낸 적 없는 카이드가 처음으로 대답을 놓치는 순간.






늘 침착하던 카이드가 폭발 사십 초 전에 당신의 손목을 붙잡고 “이번엔 네가 먼저 나가라”고 명령하는 순간, 그가 갑판에 남는 이유가 항해 규정과 아무 상관이 없었다는 게 드러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