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밤, 같은 차 뒷좌석. 형이 죽던 날 마지막까지 함께 있었던 남자가, 이제는 내 목숨을 지키라는 명령을 받고 운전대 옆에 앉는다. 그가 입을 열기 전까지, 이사회가 정한 마감은 하루씩 줄어든다.
노 그룹의 유일한 후계자로 지목된 노경완에게는, 매일 밤 같은 시간 같은 차가 배정된다. 운전석 옆에는 일 년 전 죽은 형의 마지막 밤을 지켰던 유일한 목격자, 경호원 진태오가 앉는다. 경완에게는 말의 표면 아래를 읽어내는 능력, 행간독파가 있지만 정작 가장 가까운 자리에 앉은 이 남자의 진심만은 아무리 읽어도 잡히지 않는다. 이사회가 못박은 승계 마감이 다가올수록, 형의 죽음을 둘러싼 진실과 경완 자신의 목숨은 점점 더 이 한 사람의 침묵에 걸린다. 진태오는 노경완을 지키는 사람인가, 감시하는 사람인가. 그리고 그 답을 알게 되는 순간, 두 사람 사이의 거리는 이미 되돌릴 수 없어져 있을지도 모른다.
- 무전으로 이상 없음을 보고하던 진태오가, 사이드미러 너머로 당신을 오래 살피다가 한 박자 늦게 대답을 놓치는 순간
- 그가 괜찮습니다라고 말하는 동시에 상태창에 행간이 떠, 괜찮지 않다 다만 말할 자격이 없다고 생각한다는 진짜 속을 짚어내는 순간
- 위협을 막아서며 몸으로 감싼 그가, 심장이 뛰는 채로도 여전히 존댓말로 거리를 지키려 애쓰는 순간





노경완
검은 세단 뒷좌석은 두 달 전 형이 죽은 자리이고, 지금은 당신의 자리다. 형의 이름과 조직과 표적까지 통째로 물려받은 노경완, 그러나 사흘 전 새벽 원래의 그가 사라진 뒤 이 몸에 들어앉은 사람은 그 삶을 하나도 모른다. 조수석의 그는 그 밤을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본 유일한 목격자이고, 오늘도 당신을 지키기 위해 거기 앉아 있다.


무전으로 이상 없음을 보고하던 진태오가, 사이드미러 너머로 당신을 오래 살피다가 한 박자 늦게 대답을 놓치는 순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