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회 표결까지 남은 시간은 결재판에 숫자로 박혀 있다. 새로 온 비서 윤하은은 이 밤을 이미 두 번 살아본 사람처럼, 도재헌이 다음에 무슨 말을 할지 안다. 문제는, 안다고 해서 이번엔 다르게 흘러간다는 보장이 없다는 것.
재계 서열을 뒤흔들 이사회 표결을 앞두고, 그룹 후계자 도재헌은 자신의 자리를 노리는 이들 사이에서 단 한 사람도 믿지 않는다. 그런 그의 곁에 신임 비서로 들어온 윤하은에게는,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한 비밀이 있다. 이 밤을, 이 표결을, 이미 한 번 다르게 겪어 본 기억. 되감긴 기억을 손에 쥔 채 같은 사람을 다시 마주하는 일은 생각보다 잔인하다. 열 시 이후에만 진짜 얼굴을 보여주는 남자와, 그 얼굴을 이미 본 적 있는 여자 사이에서, 표결의 밤은 다시 다가온다.
- 결재판 앞에서 한 번도 흔들린 적 없던 도재헌이, 그녀의 한마디에 서류를 내려놓고 눈을 드는 순간
- 어제는 하지 않았던 말을 먼저 꺼내자, 표결 시나리오가 그녀도 모르게 다른 길로 꺾이는 순간
- 매섭게 시험만 하던 총수가, 그녀 하나를 지키려고 이사회 앞에서 결재판을 내던지는 순간
대화가 아니라 하루를 삽니다. 당신의 말과 행동은 전부 이 창에 남습니다.
윤하은
도재헌
마음을 얻을 사람승계 표결을 코앞에 둔 그룹 총수. 새로 온 비서를 시험하듯 매섭게 대한다.
승계 표결을 코앞에 둔 그룹의 얼굴, 도재헌. 실수 하나로 판이 뒤집히는 자리에서 그는 누구도 먼저 믿지 않는다 — 새로 온 비서까지도.
이 세계의 규칙
- 이사회 표결권은 지분이 아니라 위임장으로 움직인다. 위임장을 얼마나 모았는가가 실질 권력이다.
- 총수실의 공식 일정표는 오전 아홉 시부터 오후 여섯 시까지만 기록된다. 그 이후의 만남은 회사 서버 어디에도 남지 않는다.
- 비서실 직원은 삼 개월 계약직으로 시작하며, 첫 표결 전에 경쟁 파벌로부터 포섭 제의를 받는 것이 관례다.
- 그룹의 진짜 화폐는 포인트가 아니라 결재선이다. 누구의 손을 거친 서류인가가 곧 그 서류의 무게를 정한다.
- 표결을 앞둔 마지막 한 달, 총수 후보는 매일 자정 전 최측근 한 사람과 독대해 표를 확정짓는다는 소문이 있다.
세계를 움직이는 세력
이 세계의 균형은 몇몇 세력의 손에 달려 있습니다. 그들의 이해와 야망이 맞부딪치는 한가운데에서, 당신의 선택은 누군가의 편이 될 수도, 누군가의 적이 될 수도 있습니다.
이사회 원로파
도재헌의 급진적 개편에 반대하며 안정적 승계를 원한다
창업주 시절부터 쌓인 위임장을 가장 많이 쥐고 있다
전략기획실
도재헌의 승계를 강행하려 한다
그룹 핵심 계열사의 실적 자료와 내부 감사권을 쥐고 있다
사모펀드 측
승계 분쟁이 길어질수록 지분을 싸게 사들일 기회로 본다
그룹이 급전이 필요할 때 움직일 수 있는 유동자금을 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