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회 표결까지 남은 시간은 결재판에 숫자로 박혀 있다. 새로 온 비서 윤하은은 이 밤을 이미 두 번 살아본 사람처럼, 도재헌이 다음에 무슨 말을 할지 안다. 문제는, 안다고 해서 이번엔 다르게 흘러간다는 보장이 없다는 것.
재계 서열을 뒤흔들 이사회 표결을 앞두고, 그룹 후계자 도재헌은 자신의 자리를 노리는 이들 사이에서 단 한 사람도 믿지 않는다. 그런 그의 곁에 신임 비서로 들어온 윤하은에게는,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한 비밀이 있다. 이 밤을, 이 표결을, 이미 한 번 다르게 겪어 본 기억. 되감긴 기억을 손에 쥔 채 같은 사람을 다시 마주하는 일은 생각보다 잔인하다. 열 시 이후에만 진짜 얼굴을 보여주는 남자와, 그 얼굴을 이미 본 적 있는 여자 사이에서, 표결의 밤은 다시 다가온다.
- 결재판 앞에서 한 번도 흔들린 적 없던 도재헌이, 그녀의 한마디에 서류를 내려놓고 눈을 드는 순간
- 어제는 하지 않았던 말을 먼저 꺼내자, 표결 시나리오가 그녀도 모르게 다른 길로 꺾이는 순간
- 매섭게 시험만 하던 총수가, 그녀 하나를 지키려고 이사회 앞에서 결재판을 내던지는 순간





윤하은
사흘 전에 이미 받은 문자를 다시 받는 순간, 당신은 자신이 지나온 시간 위에 두 번째로 서 있다는 것을 안다. 도재헌 총수 비서실의 임시직, 이사회 표결까지 남은 열이레, 일정표는 전부 외운 그대로다. 다만 그 남자만은 매번 다르게 움직이고, 당신이 가진 유일한 무기인 기억이 그 앞에서만 소용을 잃는다.


결재판 앞에서 한 번도 흔들린 적 없던 도재헌이, 그녀의 한마디에 서류를 내려놓고 눈을 드는 순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