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국 셋째 황자의 얼굴은 국법이 감춘 비밀이다. 별궁 격자 안쪽으로 눈을 던진 화가 아홉의 이름은 이미 명부에서 지워졌다. 그런데 당신의 눈은 한 번 본 것을 영원히 붙잡아 두는 저주에 걸려 있다.
대리석과 장미로 지은 제국에서, 셋째 황자 누르한의 얼굴은 태어난 날부터 국법이 봉한 비밀이다. 세밀화가 로샤나는 얼굴을 보지 않고 사람을 그리는 기술로 그의 초상을 맡게 되고, 격자 하나를 사이에 둔 채 손과 목소리와 그림자만으로 한 사람을 종이에 옮기기 시작한다. 그러나 로샤나의 눈은 한 번 본 형상을 절대 잊지 못하고, 황자는 자기 얼굴을 감추는 대가로 무엇을 지불하고 있는지 조금씩 흘린다. 궁정은 그 초상이 완성되는 날을 다른 용도로 기다리고 있고, 격자는 매일 한 칸씩 접히거나 한 칸씩 늘어난다. 마주 보는 순간이 두 사람 중 누구를 지울지, 아직 아무도 적어두지 않았다.
- 국법의 주인처럼 굴던 황자가 손톱 밑 지워지지 않는 물감을 들키고, 유폐된 별궁에서 밤마다 무엇을 그려왔는지 한 문장으로 실토하는 순간
- 격자 틈으로 스친 옆얼굴이 눈 안쪽에서 저절로 켜져, 지우려 해도 지워지지 않는 선이 화첩 위에 이미 완성되어 있는 순간
- 궁정이 초상을 요구하는 자리에서, 얼굴을 그리지 않고도 그를 알아본 그림 한 장이 아홉 명을 지운 금제 자체를 심문에 세우는 순간






국법의 주인처럼 굴던 황자가 손톱 밑 지워지지 않는 물감을 들키고, 유폐된 별궁에서 밤마다 무엇을 그려왔는지 한 문장으로 실토하는 순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