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교단의 심문실, 낡은 일지에는 마녀를 태우는 스물세 가지 방법이 경전처럼 적혀 있다. 너는 그중 어떤 줄이 오늘 밤 쓰일지,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았는데도 이미 알고 있다. 한 줄씩 살아남을 때마다 방법은 영영 지워지고, 맞은편에 앉은 수석 심문관의 눈은 그때마다 아주 조금씩 더 흔들린다.
성교단이 지배하는 대륙에서, 마녀에게 허락된 처분은 화형뿐이라 배운다. 방법은 정확히 스물세 가지, 각 지부의 심문관들이 대대로 물려받아 온 경전 같은 목록이다. 너는 그 스물네 번째 죄수가 되어 수석 심문관 이르사 크로이츠 앞에 앉는다. 이유는 알 수 없지만 너에게는 다음에 쓰일 방법을 미리 아는 힘이 있고, 그 힘으로 한 줄씩 방법을 지워나갈수록 심문관의 냉정한 얼굴에도 균열이 인다. 방법이 모두 사라진 자리에 무엇이 남을지는, 아직 일지 어디에도 적혀 있지 않다.
- 밤마다 완벽한 절차로 심문을 진행하던 이르사가, 스물세 번째 줄 앞에서 처음으로 손이 떨려 촛불을 놓치는 순간
- 다음 화형에 쓰일 방법이 머릿속에 먼저 떠오르고, 그걸 견뎌낸 순간 일지의 한 줄에 심문관 자신의 손으로 붉은 선이 그어지는 순간
- 매일 밤 너를 죽이러 오던 여자가, 어느 날 밤엔 대신 마지막 남은 빵 한 조각을 감방 창살 사이로 밀어 넣는 순간





테레사
화형대에 오르는 것은 이번이 스물네 번째다. 심문 일지에 붉은 줄로 지워진 스물세 가지 처형법은 전부 당신을 태우지 못했고, 그 줄을 그은 손은 언제나 이르사 크로이츠의 것이었다. 정말 마녀인지는 당신 자신도 모르지만, 불이 꺼질 때마다 이르사의 눈에 스치는 표정이 신앙보다 사람에 가깝다는 것만은 안다.


밤마다 완벽한 절차로 심문을 진행하던 이르사가, 스물세 번째 줄 앞에서 처음으로 손이 떨려 촛불을 놓치는 순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