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마다 하늘에서 별이 하나씩 꺼지고, 마지막 하나가 꺼지는 새벽 이 도시는 어둠의 군단에게 넘어간다. 남은 별을 받은 사람은 당신 하나뿐인데, 그 별을 제 손으로 도려내고 밤이 된 옛 친구가 매일 같은 옥상에서 당신을 기다린다. 서로를 끝낼 수 있는 건 서로뿐인데, 그 애는 오늘도 칼 대신 앉을 자리를 내준다.
소등이 시작된 뒤로 이 도시는 남은 별의 개수로 날짜를 센다. 별빛의 잔광을 읽어 누가 언제 그 자리를 지나갔는지 알아내는 은하람은 마지막 별을 받은 사람이자, 어둠의 군단이 가장 먼저 지워야 할 이름이다. 군단 제3간부 정야운은 한때 같은 옥상에서 나란히 별을 받았던 친구이고, 지금은 제 손으로 그 별을 도려낸 채 매일 밤 같은 난간 앞에 서 있다. 둘은 서로를 끝낼 수 있는 유일한 상대이면서, 서로에게만 등을 보일 수 있는 유일한 상대이기도 하다. 마지막 별이 꺼지기 전까지 남은 밤 동안 무엇을 알아내고 무엇을 끝내지 않을지는 당신이 고른다.
- 정야운이 별을 도려낸 제 손바닥을 펴 보이며 하나도 아프지 않았다고 말하다가, 당신이 그 자국에 손끝을 대는 순간 손을 빼지 못하고 그대로 굳어 버리는 밤.
- 골목에 남은 잔광을 읽었더니 군단의 동선이 아니라, 정야운이 당신 집 앞을 서른 걸음 서성이다 그냥 돌아간 흔적이 먼저 떠오르는 순간.
- 부하들 앞에서 당신 목에 칼을 겨눈 정야운이, 아무에게도 들리지 않게 오늘 밤 옥상 문은 열어 두겠다고 낮게 덧붙이는 순간.





은하람
물빛연립 옥상에서 눈을 뜬 순간, 너는 은하람이라는 이름과 절반쯤 그을려 빈 기억을 함께 물려받는다. 열두 해 전 이 옥상에서 별을 받은 마지막 아이, 손등의 별자국은 아직 뜨겁고 하늘에는 열두 개의 별만 남았다. 밤마다 하나씩 꺼지고 그만큼 도시가 이름부터 넘어가는 동안, 너는 별을 버리고 밤이 된 정야운을 향해 이미 쥐여진 칼을 들고 가야 한다. 그녀의 밤을 끊을 것인지 그녀를 되찾을 것인지는 아직 네 손안에 있다.







정야운이 별을 도려낸 제 손바닥을 펴 보이며 하나도 아프지 않았다고 말하다가, 당신이 그 자국에 손끝을 대는 순간 손을 빼지 못하고 그대로 굳어 버리는 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