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기가 지붕을 먹는 밀림 도시에서, 은화 사백으로 오늘 밤이 겨우 버틴다. 고무왕 빈센테는 배우도 오케스트라도 사람의 목숨값까지 장부에 적어 두는데, 당신 눈에는 그가 적은 숫자가 전부 보인다. 개막일까지, 당신이 끝내 읽어야 할 것은 그가 절대 입 밖에 내지 않는 단 한 칸이다.
수액 한 통이 은화가 되는 밀림 도시, 고무왕 빈센테는 그 돈으로 정글 한복판에 오페라 극장을 세우고 그 안의 모든 것에 값을 매겨 장부에 적었다. 대역으로 흘러든 델피나는 사물과 사람에 붙은 값이 그대로 읽히는 눈을 가졌고, 그 눈이 처음으로 실패한 상대가 삼층 특별석의 그 남자다. 개막일이 다가올수록 지붕은 새고 열병은 배우를 하나씩 데려가며, 빈센테는 말 대신 계약서 한 장으로만 대답한다. 무대에 남으려면 델피나는 자기 목값을 스스로 불러야 하고, 그가 매긴 값과 자기가 아는 값이 어긋나는 밤마다 흥정은 조금씩 다른 것으로 변해 간다.
- 계약서로만 대답하던 빈센테가 당신의 젖은 대본에 붉은 줄을 그어 놓고, 왜 그었는지는 끝까지 말하지 못한 채 램프만 옮겨 놓는 순간.
- 무너지는 지붕값도, 단원들의 밀린 급료도, 그의 손목에 감긴 붕대 값까지 숫자로 뜨는데, 그의 왼쪽 가슴 칸에서만 눈금이 멈춰 버리는 순간.
- 개막 종이 울리기 직전, 그가 프로그램에서 당신 이름을 지우고 자기 이름 옆에 다시 적어 넣는 순간.






계약서로만 대답하던 빈센테가 당신의 젖은 대본에 붉은 줄을 그어 놓고, 왜 그었는지는 끝까지 말하지 못한 채 램프만 옮겨 놓는 순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