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초입, 다섯 봉우리로 올려보내는 공물 행렬에 그녀의 이름이 섞여 있다. 흰 왕은 명부를 듣더니 그녀의 손목을 잡아 올렸고, 그 손가락이 반 박자 떨렸다. 이 산에서 그 떨림을 본 사람은 살아 내려간 적이 없는데, 그는 아직 손을 놓지 않고 있다.
백 년 전 마수에게 진 왕국은 해마다 겨울 초입이면 다섯 봉우리로 공물을 올려 한 해의 평화를 산다. 케르반 가의 셋째 샤르네는 손끝으로 남의 병을 짚어 내는 의녀이고, 올해 공물 명부에 이름이 적혀 산을 오른다. 산의 주인 도르한은 백 년 동안 단 한 번도 상처를 보인 적 없는 흰 왕이지만, 그녀의 손이 닿은 자리에서 그의 손가락이 짧게 떨린다. 이 산에서 앓는다는 말은 죽는다는 말과 같은 낱말이라, 그 떨림을 본 목격자는 지우는 것이 법이다. 그는 법을 알면서도 손을 놓지 않고, 그녀는 그의 몸을 짚어 갈수록 그가 무엇을 숨기려고 백 년을 버텼는지 알게 된다.
- 도르한이 신하들 앞에서 등을 꼿꼿이 편 채, 탁자 아래로만 손을 떨며 그 손끝을 당신 쪽으로 밀어 감추는 순간.
- 괜찮다고 말하는 그의 맥을 짚었을 때, 그 문장의 어느 마디에서 숨이 걸렸는지까지 손끝에 그대로 읽히는 순간.
- 목격자는 지운다는 산의 법대로 그가 칼을 뽑고, 칼끝을 당신 목이 아니라 제 어깨의 오래된 상처 쪽으로 돌려 보이는 순간.





샤르네 케르반
눈보라에 밀려 들어간 신전에서 당신은 보아선 안 될 것을 보았다. 백 년 동안 상처 한 번 보인 적 없는 흰 왕이 혼자 무너져 피를 토하고, 떨리는 앞발을 도로 내려놓는 순간을. 고쳐라, 낫기 전에는 산을 내려가지 못한다. 소금 자루보다 값이 덜 나가는 짐으로 행렬 맨 뒤를 걷던 케르반 가의 막내는 그 한마디에 붙들려, 밤마다 그의 몸속에 손을 넣고 낮마다 아래 이빨들 앞에서 자신이 누구인지를 숨긴다.


도르한이 신하들 앞에서 등을 꼿꼿이 편 채, 탁자 아래로만 손을 떨며 그 손끝을 당신 쪽으로 밀어 감추는 순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