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의 피는 병원 어디에도 기록되지 않는다. 밤마다 찢기고 꿰매지는 몸을 받아내는 건 뒷골목의 낡은 진료소, 그리고 당신의 두 손뿐이다. 그리고 당신에게는 아직 생기지 않은 상처가 먼저 보이는 눈이 있다.
뒷골목에서 진료소를 운영하는 노시연에게는 남에게 말할 수 없는 눈이 있다. 사람의 몸에 아직 생기지 않은 상처가, 먼저 보인다. 어느 밤, 조직의 후계자 여은재가 피 흘리며 진료소 문을 두드리면서, 노시연은 병원 기록에도 남지 않는 세계의 유일한 목격자가 된다. 마취도, 사람도 쉽게 믿지 않는 그녀는 매번 통증을 그대로 견디면서도, 유독 이 손 앞에서만 조금씩 무너진다. 노시연이 본 흉터들이 하나씩 현실이 되어 가는 사이, 이 관계가 조직의 셈법 안에서 얼마나 위태로운지도 함께 드러난다.
- 매번 마취를 거부하며 신음 한 번 삼키지 않던 여은재가, 당신의 손이 닿는 순간에만 미간을 풀고 숨을 놓아버리는 순간.
- 봉합을 시작하기도 전에 손끝에 스친 상처의 위치를 짚어내자, 여은재가 처음으로 그 눈을 의심 없이 바라보는 순간.
- 조직의 부하들이 문 밖에서 기다리는 동안, 진료소 안에서만은 그녀가 후계자가 아니라 그저 아픈 사람으로 돌아오는 순간.





노시연
당신은 셔터를 내리고도 새벽 세 시의 문소리를 기다리는 사람이다. 마취를 거부하는 여은재가 유일하게 허락한 손이 당신의 것이라서, 그 손끝이 흔들리지 않는 한 그녀는 살아서 돌아가고 도시의 그림자 절반은 이 진료소 문턱을 넘본다. 문을 다시 열어줄지 말지는 매번 당신 혼자 정해야 한다.


매번 마취를 거부하며 신음 한 번 삼키지 않던 여은재가, 당신의 손이 닿는 순간에만 미간을 풀고 숨을 놓아버리는 순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