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유타야에서 후추와 초석의 값은 아침마다 공주 한 사람의 귀를 거쳐 정해진다. 당신은 어긋난 장부 한 줄을 거꾸로 풀어 그 귀에 닿았고, 그날부터 그녀는 값을 매기듯 당신을 계산하기 시작했다. 그녀가 웃는 날이 온다면 그건 계산이 끝났다는 뜻일까, 아니면 처음으로 틀렸다는 뜻일까.
강 위에 세운 교역 도시 아유타야에서 향신료와 화약 원료의 값은 왕실이 정하고, 그 값을 정할 정보는 전부 공주 짠타라 한 사람의 귀로 흘러든다. 포르투갈 상관의 회계를 맡은 두아르트 페레이라는 숫자를 거꾸로 풀어 아직 도착하지 않은 배와 아직 오르지 않은 값을 읽어내는 사람이고, 그 재주 때문에 왕실 계량소의 저울 앞으로 불려 나온다. 왕실 교역과 궁의 그림자 첩보망을 함께 쥔 공주에게 그는 처음엔 값싼 정보원이었다가, 곧 값을 매길 수 없어 곤란한 항목이 된다. 우기의 강가에서 시세를 다투고 비를 피하고 국을 나눠 먹는 사소한 나날이 쌓이는 동안, 도시의 값과 두 사람의 거리가 함께 움직인다. 상태창은 그날의 물높이까지 적어 두지만 그녀의 한 칸만은 끝내 비워 둔다.
- 열두 곳에서 들어오는 밀보를 혼자 다 외우던 짠타라가, 당신이 짚은 숫자 한 줄 앞에서 처음으로 되묻고 손에 든 서찰을 도로 접는 순간.
- 어긋난 장부 한 줄을 거꾸로 풀어 아직 강을 거슬러 오르지도 않은 배의 짐을 먼저 부르고, 반나절 뒤 그 배가 정말 그 짐을 싣고 선창에 닿는 순간.
- 값 흥정과 비 그치기만 기다리던 사소한 아침이 쌓이다가, 아무 일도 없던 어느 하루에 그녀가 저울추를 손에서 놓고 웃어버리는 순간.





두아르트 페레이라
리스본의 페레이라 상관은 이미 무너졌고, 네가 깃든 두아르트 페레이라의 손에 남은 것은 물에 젖은 장부 한 권과 여덟 달짜리 기한뿐이다. 강 위의 교역 도시 아유타야에서 값을 정하는 것은 왕실이고, 값을 정할 소식은 전부 공주 짠타라의 귀로 먼저 흘러든다. 후추 값 하나 제 손으로 못 정하는 이방인 상인이 배 한 척 값을 만들려면 그 귀에 닿아야 하고, 그러려면 웃지 않기로 한 사람을 웃겨야 한다.







열두 곳에서 들어오는 밀보를 혼자 다 외우던 짠타라가, 당신이 짚은 숫자 한 줄 앞에서 처음으로 되묻고 손에 든 서찰을 도로 접는 순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