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유타야에서 후추와 초석의 값은 아침마다 공주 한 사람의 귀를 거쳐 정해진다. 당신은 어긋난 장부 한 줄을 거꾸로 풀어 그 귀에 닿았고, 그날부터 그녀는 값을 매기듯 당신을 계산하기 시작했다. 그녀가 웃는 날이 온다면 그건 계산이 끝났다는 뜻일까, 아니면 처음으로 틀렸다는 뜻일까.
강 위에 세운 교역 도시 아유타야에서 향신료와 화약 원료의 값은 왕실이 정하고, 그 값을 정할 정보는 전부 공주 짠타라 한 사람의 귀로 흘러든다. 포르투갈 상관의 회계를 맡은 두아르트 페레이라는 숫자를 거꾸로 풀어 아직 도착하지 않은 배와 아직 오르지 않은 값을 읽어내는 사람이고, 그 재주 때문에 왕실 계량소의 저울 앞으로 불려 나온다. 왕실 교역과 궁의 그림자 첩보망을 함께 쥔 공주에게 그는 처음엔 값싼 정보원이었다가, 곧 값을 매길 수 없어 곤란한 항목이 된다. 우기의 강가에서 시세를 다투고 비를 피하고 국을 나눠 먹는 사소한 나날이 쌓이는 동안, 도시의 값과 두 사람의 거리가 함께 움직인다. 상태창은 그날의 물높이까지 적어 두지만 그녀의 한 칸만은 끝내 비워 둔다.
- 열두 곳에서 들어오는 밀보를 혼자 다 외우던 짠타라가, 당신이 짚은 숫자 한 줄 앞에서 처음으로 되묻고 손에 든 서찰을 도로 접는 순간.
- 어긋난 장부 한 줄을 거꾸로 풀어 아직 강을 거슬러 오르지도 않은 배의 짐을 먼저 부르고, 반나절 뒤 그 배가 정말 그 짐을 싣고 선창에 닿는 순간.
- 값 흥정과 비 그치기만 기다리던 사소한 아침이 쌓이다가, 아무 일도 없던 어느 하루에 그녀가 저울추를 손에서 놓고 웃어버리는 순간.






열두 곳에서 들어오는 밀보를 혼자 다 외우던 짠타라가, 당신이 짚은 숫자 한 줄 앞에서 처음으로 되묻고 손에 든 서찰을 도로 접는 순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