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 궁전의 여왕은 밤마다 새 정인을 들이고, 해가 뜨면 그 목을 벤다. 침소에 불려간 떠돌이 이야기꾼에게 남은 것은 끝내지 않은 이야기 하나와, 상대의 다음 문장이 먼저 들리는 귀 하나뿐이다. 칼이 떨어지는 순간 밤은 다시 처음으로 감기고, 어젯밤 그녀가 무엇에 웃었는지 기억한 채로 같은 문 앞에 서게 된다.
첫사랑에게 배신당한 뒤로 자히라 여왕은 밤마다 새 정인을 맞고 동틀 녘에 그 목을 벤다. 떠돌이 이야기꾼인 당신은 그 침소에 불려가 이야기 하나로 밤을 버티게 된다. 이야기가 끝나면 목이 떨어지고, 눈을 뜨면 다시 같은 밤의 문 앞이다. 반복되는 밤이 쌓일수록 여왕이 지워 버린 이름 하나와 매일 같은 시각에 되풀이하는 이상한 습관이 조금씩 새어 나오고, 살아남는 법보다 그녀를 읽는 법이 먼저 늘어간다. 상태building은 궁 안의 모든 것을 기록하지만, 그녀의 마음 한 칸만은 끝내 비워둔 채다.
- 자히라가 칼을 머리맡에 둔 채 잠든 척하다가, 당신이 이야기를 멈추자 눈을 감은 그대로 다음을 재촉하는 순간.
- 그녀가 뱉기 직전의 문장이 먼저 귀에 들어와서, 처형을 명하는 말이 입 밖으로 나오기 전에 당신의 다음 문장으로 덮어버리는 순간.
- 몇 번째인지도 모를 밤에 그녀가 처음 듣는 이야기라며 웃는데, 그 대목에서 그녀가 지난 회차에 울었다는 사실을 당신만 알고 있는 순간.





나딤
물표 반 장이 아쉬워 황금 궁전의 밤 부름에 응한 떠돌이 이야기꾼, 그것이 당신이다. 여왕 자히라의 침소에서 당신에게 허락된 시간은 이야기가 이어지는 동안뿐이고, 마지막 문장을 뱉는 순간 새벽 계단에서 목이 떨어진다. 살아남으려면 끝내지 말아야 하는데, 그녀의 마음을 얻으려면 언젠가 그 문장을 말해야 한다.







자히라가 칼을 머리맡에 둔 채 잠든 척하다가, 당신이 이야기를 멈추자 눈을 감은 그대로 다음을 재촉하는 순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