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병이 도읍을 삼킨 여름, 강가 축제의 밤. 뱀신을 봉인하려고 패를 들어 물문에 못을 박을 때마다 밤은 등롱 하나 뜨지 않은 축제 첫날 저녁으로 돌아간다. 그리고 물속에 선 그녀만이 매번 다른 얼굴로 너를 다시 만난다. 물에 손을 담그면 지난 회차의 기억이 손끝으로 올라온다. 하지만 그녀는 그 회차를 기억하는 척도, 모르는 척도 하지 않는다.
천 년 전 강 밑에 가라앉은 물뱀신 미즈치가 울기 시작하자, 도읍에 역병이 돌았다. 강가 축제의 밤, 세류는 그 신을 봉인하러 다리 위에 선다. 그런데 봉인 못이 물문에 박히는 순간 여름은 축제 첫날 저녁으로 되감기고, 물속의 여자 아야메는 새 얼굴과 새 신분으로 처음 만난 듯 인사를 건넨다. 세류는 물에 남은 기억을 읽어 되감긴 밤들을 하나씩 건져 올린다. 그 조각들을 맞춰 가며, 그녀가 무엇을 잃고 울고 있는지 조금씩 알아낸다. 봉인을 끝내면 도읍은 살지만, 되감기는 여름도 그녀도 함께 끝난다.
- 지난 회차에서만 했던 약속을 아야메가 무심코 입에 올린다. 제 입에서 무슨 말이 나왔는지 깨닫고, 물속으로 반 걸음 물러서는 순간.
- 강물에 손을 담그자 그 물이 지나온 밤이 손끝으로 올라온다. 천 번째 여름의 등롱 아래서 아야메가 혼자 누구의 이름을 부르고 있었는지 보게 되는 순간.
- 봉인 못이 박히자 여름이 처음으로 되감긴다. 처음 보는 얼굴로 웃는 아야메의 소매에서, 어젯밤 네가 건넨 물건이 젖은 채 떨어지는 순간.





세류
당신은 수부에서 물길을 재어 기록하는 말단 서기다. 강물에 손을 담그면 그 물이 지나온 일이 손끝에 잔상으로 떠오르고, 당신은 그 재주 하나로 겨우 먹고산다. 올여름 도읍에는 역병이 번졌고, 시간은 자꾸 등롱 축제 첫날 저녁으로 되돌아간다. 되돌아가기 전의 기억을 안고 다시 눈을 뜨는 사람은 당신 하나뿐이다. 이 되풀이를 끝내려면 봉인단이 못을 박아 막으려는 강바닥 물문을 오히려 열어야 한다. 그러려면 먼저 알아내야 한다. 되돌아갈 때마다 다른 얼굴로 나타나는 아야메가 왜 천 년 동안 울고 있는지.







지난 회차에서만 했던 약속을 아야메가 무심코 입에 올린다. 제 입에서 무슨 말이 나왔는지 깨닫고, 물속으로 반 걸음 물러서는 순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