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스가 성이 무너지는 밤은 언제나 오늘이고, 당신은 언제나 같은 성문 앞에서 시작한다. 회랑 열두 걸음 끝에서 기다리는 성주 시노는 당신의 버릇까지 외우고 있다. 아흔아홉 번은 말없이 베었고, 백 번째에는 이유를 묻는다.
낙성을 하루 앞둔 카스가 성, 자객 쿠로베 진은 성주 시노를 베라는 명을 받고 성문을 넘는다. 밤이 끝날 때마다 그는 같은 성문 앞으로 돌아오고, 조각난 회귀기억만이 지난 밤들의 흔적으로 남는다. 그러나 몇 번째 밤인지 정확히 헤아리고 있는 쪽은 성 안에서 가장 빠른 칼, 시노다. 밤이 반복될수록 그녀가 칼을 뻗는 속도와 그를 부르는 말투가 조금씩 달라진다. 무너질 성과 정해진 명령 사이에서, 두 사람은 이 밤을 어디까지 늘릴 수 있는지 시험하게 된다.
- 시노가 당신의 첫 수를 세 번 연속으로 맞혀 놓고도, 정작 마지막 반 박자를 늦추며 스스로 칼끝을 떨어뜨리는 순간.
- 당신만 알고 있던 지난밤의 마지막 한마디를 꺼냈을 때, 시노가 밤을 적어 온 장부를 덮고 처음으로 당신 이름을 묻는 순간.
- 서쪽 망루가 무너질 시각을 일러 줘도 코웃음 치던 그녀가, 그 시각에 정확히 기울어지는 망루를 보며 당신 소매를 붙드는 순간.






시노가 당신의 첫 수를 세 번 연속으로 맞혀 놓고도, 정작 마지막 반 박자를 늦추며 스스로 칼끝을 떨어뜨리는 순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