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에는 무역회사 장부를 맞추고, 밤에는 부두에서 궤짝 수를 센다. 삼 년째 위장 중인 당신에게 차기 용두 렁카위는 조직에서 제일 죽기 쉬운 일만 골라 맡긴다. 시험하려는 것인지 곁에 두려는 것인지는 그녀만 안다.
1990년대 홍콩, 낮의 무역회사와 밤의 부두는 같은 장부로 돌아간다. 위장 경찰 람지운은 삼 년째 조직의 말단으로 궤짝을 세고 재떨이를 비우며, 사람의 손끝과 숨결을 읽어 다음 패를 짚어내는 재주 하나로 버틴다. 그 재주를 알아본 사람이 하필 용두의 외동딸이자 차기 용두인 렁카위다. 그녀는 그를 의심하면서도 곁에 두고, 조직에서 가장 위험한 일을 그의 손에 쥐여준다. 본청에 넘길 보고서 한 줄과 그녀가 내주는 자리 한 칸 사이에서, 홍콩의 밤이 하루씩 저물어 간다.
- 렁카위가 아버지의 옛 장부를 드럼통에 태우다 맨손으로 재를 눌러 끄고는, 데인 손바닥을 아무렇지 않은 듯 주머니에 감추는 순간.
- 마작판에서 상대의 검지가 두 번 튕기는 것만 보고 다음 패를 짚어내자, 카위가 처음으로 웃음을 지우고 의자를 돌려 당신 쪽을 정면으로 보는 순간.
- 골목 끝에서 본청 접선책이 당신 본명을 부르는 그때, 카위의 차 헤드라이트가 켜지고 그녀가 창을 반쯤 내린 채 끝내 아무 말도 하지 않는 순간.








렁카위가 아버지의 옛 장부를 드럼통에 태우다 맨손으로 재를 눌러 끄고는, 데인 손바닥을 아무렇지 않은 듯 주머니에 감추는 순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