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국은 사람마다 값이 있고, 은화 저울은 그 값을 숨김없이 읽어 준다. 그런데 경매장에서 끌려 나온 검투 노예 하나만 머리 위가 비어 있었다. 그를 사들인 첫날 밤, 그 사내는 침대가 아니라 내 방문 앞 바닥에 앉았다.
값으로 굴러가는 제국에서 옥타비안은 사람의 값을 한눈에 읽는 눈을 가졌다. 경매장에서 처음으로 값이 읽히지 않는 자를 만나고, 남은 재산을 털어 그를 산다. 막시무는 낮이면 모래 위에서 웃으며 사람을 눕히고, 밤이면 산 주인의 방문 앞에 앉아 아침까지 움직이지 않는다. 저택 밖에서는 사천 닢짜리 짐승을 노리는 손이 늘어나고, 안에서는 명령 한 줄이 오갈 때마다 문지방의 거리만큼씩 무언가가 줄어든다. 값이 뜨지 않는 이유를 알게 되는 날, 산 자와 팔린 자 중 누가 더 손해인지도 알게 된다.
- 모래 위에서는 열을 눕히고도 웃던 그가, 당신이 직접 상처를 씻겨 주자 처음으로 웃음을 지우고 손을 빼는 순간.
- 손님이 부르는 값과 그 어깨 위에 뜬 값이 어긋나는 걸 당신만 보고, 흥정 한 번으로 저택의 하루가 통째로 뒤집히는 순간.
- 문 앞에 앉은 그에게 안에서 자라고 명령했을 때, 명령이니 따르겠다며 문지방을 딱 한 뼘만 넘어와 다시 앉는 순간.






모래 위에서는 열을 눕히고도 웃던 그가, 당신이 직접 상처를 씻겨 주자 처음으로 웃음을 지우고 손을 빼는 순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