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국 순양함이 사거리 안으로 들어왔다. 함장은 당신의 이름을 정확히 발음했고, 형량까지 계산해서 왔다. 그런데 그녀가 탄 배의 좌현 격벽에는 아직 아무도 모르는 실금이 하나 자라고 있다.
별들의 제국이 은하의 모든 항로와 광맥을 독점한 시대, 폐광 행성 밑바닥에서 십 년을 캐던 광부가 등록번호를 지운 낡은 함선 한 척을 훔쳐 용병 선단의 깃발이 걸리는 항로로 나선다. 그를 쫓아온 것은 제국 최연소 여성 함장 임서율, 나포 명령서를 든 추격자이면서 그를 유일하게 대등한 적수라 부르는 사람이다. 당신에게는 무엇이든 부서질 자리를 먼저 보는 눈이 있고, 그 눈은 하필 그녀의 함선에서도 실금을 찾아낸다. 잡으려는 자와 잡히지 않으려는 자가 서로의 목숨줄을 쥔 채, 도약할 때마다 사거리와 거리를 다시 잰다. 항로 하나를 사이에 두고 두 사람의 계산이 어긋나기 시작한다.
- 나포 명령서를 또박또박 읽어 내려가던 임서율이, 당신이 짚어 준 좌현 격벽 실금 앞에서 처음으로 문장을 놓치는 순간.
- 협상 테이블 건너편 제독의 말에서 어긋난 틈을 잡아내고, 그 한 문장을 비틀어 선단 지분을 통째로 가져오는 순간.
- 포박된 채 끌려간 서리해 함교에서, 그녀가 부하들 앞에서 당신을 포로가 아니라 선장이라 부르는 순간.






나포 명령서를 또박또박 읽어 내려가던 임서율이, 당신이 짚어 준 좌현 격벽 실금 앞에서 처음으로 문장을 놓치는 순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