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황자의 걸음걸이, 웃는 각도, 왼손으로 긋는 서명까지 사흘 만에 외웠다. 겨울궁전의 섭정 대공비는 첫날 밤 그것을 전부 알아채고도, 벌하는 대신 고쳐 주기 시작한다. 대관식까지 남은 밤은 줄고, 그녀가 눈감아 준 횟수만 장부에 쌓인다.
눈이 그치지 않는 제국의 수도에서, 왕좌를 여는 열쇠는 군대도 금화도 아니라 이십 년 전 사라진 황자의 이름 하나다. 대장간에서 자란 자하르는 한 번 본 몸짓과 필체를 그대로 되살리는 재주 때문에 그 이름에 끼워 맞춰진다. 그를 궁으로 들인 사람은 섭정 대공비 예카테리나, 가짜인 줄 알면서도 가짜가 필요한 단 한 사람이다. 그녀는 밤마다 걸음과 말투를 고쳐 주고, 낮마다 궁정 한복판에 그를 세워 시험한다. 대관식이 가까워질수록, 들키는 것보다 위험한 일이 생긴다. 흉내 내지 않은 얼굴을 그녀에게만은 보이고 싶어지는 것.
- 예카테리나가 죽은 황자의 서명을 대신 그어 보이다 마지막 획에서 손을 멈추고, 자신도 그 아이의 버릇을 외우고 있었다는 걸 들키는 순간.
- 복도에서 한 번 스친 시종의 기침 소리와 절뚝이는 박자까지 되살려 그자인 척 검문을 통과하고, 등 뒤에서 그녀가 처음으로 웃음을 참는 순간.
- 무도회에서 그 아이의 웃음을 완벽하게 지어 보이자, 그녀가 잔을 내려놓고 그건 됐으니 아까 계단에서 지었던 표정을 다시 해 보라고 말하는 순간.






예카테리나가 죽은 황자의 서명을 대신 그어 보이다 마지막 획에서 손을 멈추고, 자신도 그 아이의 버릇을 외우고 있었다는 걸 들키는 순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