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화방 다각의 아침은 언제나 같은 찻물에서 시작된다. 달라지는 것은 어젯밤 그녀의 등에 남은 칼자국뿐인데, 그 자국을 읽어낼 수 있는 사람은 당신 하나이고 자국은 매번 당신의 칼을 가리킨다. 오늘 밤 그녀를 살리려면 먼저 어제의 자신을 의심해야 한다.
천화방은 강호의 소문과 독을 나란히 파는 다각이고, 그 주인은 여방주 우담화다. 낙비영은 벤 자국만 보고 누가 어떤 수로 베었는지 읽어내는 도흔간파를 지녔고, 그 눈 때문에 이 방에 발을 들였다. 밤이 오면 우담화는 죽고, 아침이 오면 시간은 첫 찻물이 끓던 자리로 되감긴다. 되감긴 것을 아는 사람은 죽는 그녀와 자국을 읽는 낙비영뿐이라, 둘은 매일 아침 같은 자리에 마주 앉아 어젯밤을 맞춰본다. 회차가 쌓일수록 다각 사람들의 걸음이 조금씩 어긋나고, 그녀가 감춰둔 것과 당신의 칼이 어디서 만나는지가 천천히 드러난다.
- 우담화가 죽는 순서까지 외운 얼굴로 차를 따르다가, 당신이 회차 밖의 사실 하나를 꺼내는 순간 처음으로 찻물을 손등에 흘리는 장면.
- 식은 몸의 벤 자리를 손끝으로 훑어 칼날의 각도와 손목을 비트는 버릇까지 읽어내다가, 그 버릇이 당신 자신의 것과 겹치는 지점에서 손이 멎는 순간.
- 또 같은 아침을 맞으면서 어제 그녀가 무심코 좋아한다고 흘린 찻잎을 미리 우려두고 첫 잔을 내밀 때, 그녀가 처음 보는 표정으로 잔을 받아 쥐는 장면.






우담화가 죽는 순서까지 외운 얼굴로 차를 따르다가, 당신이 회차 밖의 사실 하나를 꺼내는 순간 처음으로 찻물을 손등에 흘리는 장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