뢰르 블뢰의 노래에는 가사 밑으로 암호가 흐른다. 자정 종이 울리면 무대 뒤 조율사가 쓰러지고, 다음 순간 당신은 다시 커튼 앞, 첫 소절 직전에 서 있다. 당신에게 남는 건 단 하나, 방금 들은 모든 음이다.
1920년대 몽마르트르, 지하 재즈 클럽 뢰르 블뢰의 무대에 선 마들렌은 자기가 부르는 노래 밑으로 누군가의 암호가 흐르고 있다는 걸 알게 된다. 자정, 총성 한 발이 울리고 무대 뒤 피아노 조율사 티보가 쓰러진다. 그리고 밤은 그날의 첫 소절로 되감긴다. 마들렌에게는 한 번 들은 음을 절대 잊지 않는 귀가 있어서, 되감긴 밤마다 어긋난 반음과 발소리와 침묵의 위치가 조금씩 다르다는 걸 셈해 나갈 수 있다. 총성을 막으려면 암호를 읽어야 하고, 암호를 읽으려면 이 밤을 몇 번이나 다시 살았는지 말하지 않는 남자의 손을 붙잡아야 한다.
- 티보가 조율하던 렌치를 내려놓고 "또 오셨네요"라고 말하는 밤, 이 되감김을 견딘 사람이 나 혼자가 아니었다는 걸 알게 되는 순간.
- 지난 회차 총성 직전에 스쳤던 반음 낮은 소리를 손끝이 먼저 기억해, 무대 뒤 셋째 계단 아래의 빈 공간을 정확히 짚어 내는 순간.
- 그를 피아노에서 떼어 내 무대 앞에 세워 둔 밤, 자정 종이 울리자 총성이 그가 옮겨 간 자리로 정확히 따라오는 순간.






티보가 조율하던 렌치를 내려놓고 "또 오셨네요"라고 말하는 밤, 이 되감김을 견딘 사람이 나 혼자가 아니었다는 걸 알게 되는 순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