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번째 되감김. 시인 행세를 하는 모던보이 신태경은 매일 밤 같은 골목에서 총에 맞고, 기억을 가진 건 다방 낙원의 마담인 너 하나뿐이다. 그는 매번 웃는 낯으로 가배를 시키고 농담을 던지지만, 그 웃음 뒤에는 죽음을 각오한 자금책의 얼굴이 있다. 그가 그 각오를 내려놓고 살기를 택하는 밤, 이 바늘은 비로소 멈춘다.
1930년대 경성, 종로의 다방 낙원. 젊은 마담 백연화의 하루는 전차 종소리와 함께 열리고, 마지막 레코드와 함께 닫힌다. 그리고 밤 열한 시 사십오 분, 그 마지막 소절이 끝나는 순간, 단골 손님 신태경이 피맛골 어귀에서 총에 맞는다. 시인 행세를 하는 모던보이. 외상값을 시로 갚겠다며 웃던 남자. 그의 외투 안감에는 만주로 건너가야 할 독립자금이 꿰매여 있고, 그 길목에는 밀정의 밀고가 기다린다. 총성이 울리는 순간 세상은 그날 아침으로 되감기고, 오직 연화만이 모든 밤을 기억한 채 다시 개점 팻말을 건다. 정해진 결말도, 따라야 할 원작도 없다. 다만 되풀이되는 하루와, 매일 웃는 낯으로 죽으러 가는 한 사람이 있을 뿐이다. 연화가 가진 무기는 단 하나, 이미 안다는 것이다. 어느 판을 걸면 그의 걸음이 십 분 늦어지는지, 어느 담벼락 뒤가 사각인지, 누구의 전표 뒷장에 남의 이름들이 흘려 적히는지. 그러나 되감김으로도 잴 수 없는 것이 하나 있다. 그 웃음의 뒷면이다. 되풀이되는 밤이 그의 안에 귀에 남은 소절처럼 쌓여, 그가 마침내 마담이 아니라 되감긴 모든 밤을 알아보고 웃음 뒤의 각오를 내려놓을 때, 이 긴 밤의 바늘이 멈춘다는 것을 너는 믿어 보기로 한다.
- 되감김으로 총성의 시각은 악보처럼 외웠다. 미리 안다는 것, 그것이 그를 살릴 유일한 무기다.
- 쌓이는 건 귀에 남은 소절 하나. 되풀이가 기시감으로 새어 나와, 그가 너를 알아보는 순간이 곧 출구다.
- 웃음의 뒷면만은 끝내 잴 수 없다. 매일 밤 웃으며 인사하고 죽으러 가는 남자가 그 웃음 뒤에 감춘 것을, 너는 되감김 너머에서 마주할 수 있을까.

되감김으로 총성의 시각은 악보처럼 외웠다. 미리 안다는 것, 그것이 그를 살릴 유일한 무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