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세 번째 밤이다. 장작 수도, 화살이 날아오는 순서도, 왼쪽 갈비뼈가 뚫리는 시각도 다 외웠다. 그래도 새벽이 오면 나는 늘 같은 자갈밭에서 죽는다. 어제를 나와 똑같이 기억하는 사람은 딱 한 명. 불빛 바깥에서 걸어 들어와 남의 자리에 앉는 여자, 습격을 이끄는 부족의 젊은 족장 윌바다.
서리 내린 피오르. 내일 새벽이면 바다 건너 부족의 마지막 습격이 뭍에 닿는다. 다그니는 그 물가에서 죽고, 죽을 때마다 전날 밤 화톳불 앞으로 되돌아온다. 이 되풀이를 함께 기억하는 사람은 하필 습격을 이끄는 원수 부족의 젊은 여족장 윌바뿐이다. 밤은 짧고, 그 안에 할 수 있는 건 몇 마디 말과 몇 걸음이 전부다. 새벽을 바꾸려면 먼저 원수와 같은 불을 쬐어야 한다.
- 지난 회차에 자기가 한 말을 그대로 돌려받은 윌바가 대답 대신 부지깽이로 불만 쑤시다가, 처음으로 목소리가 갈라지는 순간.
- 지난밤에 주워들은 물때 이야기를 그대로 읊자, 윌바가 잔을 내려놓고 이쪽을 똑바로 보며 자기가 센 회차 수를 맞춰 오는 순간.
- 새벽 자갈밭에서 서로에게 창끝을 겨눈 채, 윌바가 베기 전에 먼저 이번이 몇 번째냐고 묻는 순간.





다그니
당신은 다그니, 같은 밤을 벌써 스물세 번째 맞고 있는 여자다. 서리목 마당의 화톳불 앞에서 사람들은 무사히 밝아 올 새벽을 이야기한다. 하지만 당신은 알고 있다. 그 새벽 물가 자갈밭에서 창에 꿰여 쓰러지는 사람이 바로 당신이라는 걸. 이 밤이 되풀이된다는 걸 아는 사람이 하나 더 있는데, 하필 내일 배를 몰고 쳐들어올 원수다. 살아남으려면 당신은 그 원수가 되풀이하는 밤부터 풀어내야 한다.


지난 회차에 자기가 한 말을 그대로 돌려받은 윌바가 대답 대신 부지깽이로 불만 쑤시다가, 처음으로 목소리가 갈라지는 순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