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일이 넉 달을 범람해 궁이 통째로 섬이 되는 계절. 낮의 파라오 앞에서는 이마를 바닥에 붙여야 하고, 어떤 청도 갈대펜을 지나 파피루스로만 올라간다. 그런데 자정이 지나면 젖은 정원에 등불 하나가 켜지고, 금 깃 장식을 풀어 놓은 사람이 묻는다. 이름이 뭐냐고.
물이 궁을 삼키는 범람의 계절, 젊은 파라오 네페루는 살아있는 신으로 봉인되어 낮 동안 누구의 말도 받지 못한다. 궁에 갇힌 키샤라에게는 남들이 보지 못하는 것이 보인다. 숨의 깊이, 맥의 어긋남, 아끼는 어깨 같은 몸의 결이다. 밤마다 정원에서 신의 장식을 풀어 놓는 사람은 다른 무엇도 아닌 이름 하나를 요구하고, 물이 한 칸씩 오를수록 그 요구는 점점 위험해진다. 물이 빠지는 날 봉인이 무엇을 되찾아 가는지, 궁 사람들은 알면서도 입에 올리지 않는다.
- 낮 내내 미동 없이 앉아 있던 네페루가 밤 정원에서 금 깃을 풀자마자 왼쪽 어깨를 감싸고, 오늘은 여덟 번 참았다고 조용히 세어 보이는 순간.
- 괜찮다고 말하는 그녀의 손목에서 맥이 반 박자 어긋나는 것을 짚어 내고, 서판의 어떤 숫자보다 먼저 그 거짓을 알아채는 순간.
- 물이 한 뼘 오를 때마다 그녀가 이름을 한 자씩 내어 주다가, 마지막 한 자를 앞두고 강물이 빠지기 시작하는 순간.






낮 내내 미동 없이 앉아 있던 네페루가 밤 정원에서 금 깃을 풀자마자 왼쪽 어깨를 감싸고, 오늘은 여덟 번 참았다고 조용히 세어 보이는 순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