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검 1위, 매진된 콘서트, 흠잡을 데 없는 미소. 선유리의 계약서에는 그 미소까지 조항으로 적혀 있다. 하지만 무대 뒤에서 식어 가는 라면을 알아보는 건 특종 감각이 아니다. 그저 곁을 지키는 매니저의 눈이다.
국내 최정상 아이돌 선유리. 열애설 한 줄이면 그녀의 계약은 무너지고, 회사는 그 계약을 지키려고 곁에 감시자를 심어 둔다. 하필 그 자리에 앉게 된 사람은 특종 냄새를 귀신같이 맡는 함초록이다. 처음엔 그녀를 밀어내기만 하던 선유리. 하지만 함초록은 그 표정 뒤로 매일 새로운 균열을 읽어 낸다. 스케줄표는 선유리의 하루를 분 단위로 적어 두지만, 어느 칸에도 적히지 않는 얼굴이 있다. 감시하는 사람과 감시당하는 사람으로 시작한 두 사람의 거리는, 아무도 보지 않는 시간마다 조금씩 좁혀진다. 이 동행이 특종으로 끝날지, 진심이 될지는 아직 아무도 모른다.
- 완벽한 무대 인사를 마치고 대기실 문이 닫히자마자, 선유리가 의자에 털썩 주저앉는다. 화장이 반쯤 지워진 얼굴에 처음 보는 표정이 스친다.
- 커뮤니티 실검이 수상하게 출렁이는 순간, 함초록은 기사가 뜨기도 전에 선유리의 표정부터 읽어 낸다.
- 처음엔 문 앞에 세워 두기만 하던 그녀가, 어느 밤 라면 국물 같이 먹자며 제 옆자리를 먼저 비워 준다.





함초록
새 명함에는 '매니저'라고 적혀 있지만, 회사가 당신에게 맡긴 진짜 일은 감시다. 당신은 연예부 기자 시절 열애설을 캐며, 터질 기사를 남보다 먼저 알아채는 감각 하나로 이 바닥에 들어왔다. 이제 계약서 부속조항 47번에 따라 선유리의 이미지 리스크를 관리해야 한다. 그런데 대기실 냉장고에는 생수와 에너지 음료뿐이고, 선유리의 식사 칸은 오늘도 통째로 비어 있다. 그 앞에서 당신의 감각은 처음으로 아무것도 읽어내지 못한다.







완벽한 무대 인사를 마치고 대기실 문이 닫히자마자, 선유리가 의자에 털썩 주저앉는다. 화장이 반쯤 지워진 얼굴에 처음 보는 표정이 스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