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등이 골목마다 켜진 밤, 마을은 마지막 무녀를 밧줄에 묶어 무너진 신사에 두고 내려갔다. 천 년 만에 봉인이 풀린 여우신은 나를 삼키는 대신 손목에 붉은 실을 감았다. 그녀는 자신을 가둔 인간들을 아직 용서하지 않았고, 나는 그 인간들 중 하나다.
도시가 전등으로 밝아질수록 신들은 잊혀 굶주리는 다이쇼 시대. 마을은 마지막 남은 무녀 아야메를 무너진 신사에 제물로 올리고 산을 내려갔다. 봉인에서 풀려난 여우신 히스이는 아야메를 잡아먹는 대신 자신의 유일한 무녀로 삼아 손목에 붉은 실을 묶는다. 아야메에게는 기도가 남긴 잔향을 읽어 내는 귀가 있어, 이 신사에 쌓인 백 년 치의 기원과 히스이를 가둔 밤의 진실이 조각조각 되살아난다. 신사의 숨을 되돌리는 일과 그녀의 오래된 원한이 같은 실 위에 놓여 있고, 실의 한쪽 끝은 언제나 그녀의 손에 있다.
- 히스이가 자신을 봉인한 사람의 이름을 내 입으로 듣고, 웃는 낯은 그대로인 채 손끝만 잠깐 떨던 순간.
- 닳은 새전함에 손을 얹자 백 년 전의 기원 소리가 되살아나고, 그 목소리의 주인이 히스이가 여태 기다리던 사람이었다는 걸 알아버리는 순간.
- 삼키겠다며 목덜미까지 다가왔던 그녀가 결국 붉은 실을 한 바퀴 더 감아 매듭짓고는 아무 말 없이 돌아서는 순간.






히스이가 자신을 봉인한 사람의 이름을 내 입으로 듣고, 웃는 낯은 그대로인 채 손끝만 잠깐 떨던 순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