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달이 뜨는 밤마다 이바르는 사람의 형상을 잃고, 그를 잠재우는 룬을 새길 손은 이 피오르에 하나뿐이다. 그런데 지난 달, 그 룬은 이미 한 번 끊어졌다. 돌의 결은 두드리기 전에 잡히는데, 그의 결만은 끝까지 잡히지 않는다.
얼어붙은 피오르에서 룬을 새길 줄 아는 손은 신관이자 대장장이로 대접받는다. 시그리드는 정을 대기도 전에 돌과 쇠의 결이 손바닥에 먼저 잡히는 손을 가졌고, 그래서 부족은 가장 위험한 새김을 그에게 맡긴다. 부족에서 가장 어린 야를 이바르는 붉은 달이 뜰 때마다 사람의 형상을 잃고, 그를 붙들어 두는 것은 팔에 감긴 재우는 룬 하나뿐이다. 그 룬은 달마다 조금씩 결이 갈라지고, 다음 붉은 달은 어김없이 온다. 새김판은 부족의 말도 갈 수 있는 곳도 빠짐없이 적어 두지만, 이바르의 이름 옆 한 칸만은 끝내 비워 둔다.
- 붉은 달 전날 밤, 이바르가 제 손으로 사슬을 조이며 "아침에 내가 네 이름을 못 부르거든 그때는 도망쳐라"라고 말하는 순간.
- 정을 대기도 전에 손바닥이 결을 먼저 읽어, 부족 모두가 멀쩡하다 믿었던 룬석의 갈라질 자리를 짚어내는 순간.
- 재우는 룬이 듣지 않았던 밤, 늑대가 마을이 아니라 대장간 문 앞에 앉아 아침까지 버틴 것을 눈 위에 남은 발자국으로 알게 되는 순간.








붉은 달 전날 밤, 이바르가 제 손으로 사슬을 조이며 "아침에 내가 네 이름을 못 부르거든 그때는 도망쳐라"라고 말하는 순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