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이트가 도시를 찢고 몬스터를 게워내는 밤, 등급표는 살아남은 자에게만 다음 줄을 내어준다. 강하람은 이 균열을 이미 한 번 살아냈다. 그런데 그날 차무결의 옆자리는, 여전히 비어 있다.
게이트가 도시 곳곳을 찢어 몬스터를 토해내는 시대, 각성자의 등급표가 곧 생사의 순번을 정한다. E랭크 각성자 강하람은 다음 대균열까지 살아남아야 다음 등급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을, 그리고 이 균열의 결말을 이미 한 번 겪었다는 것을 알고 있다. S급 길드 여명의 길드장 차무결은 최하급 각성자를 사람으로 보지 않는다고 알려진 남자, 그의 옆자리는 누구도 채운 적 없는 채 비어 있다. 강하람은 그 자리를 향해 등급표를 하나씩 올라가야 하고, 차무결은 그 안에서 처음으로 등급표 밖의 무언가를 보기 시작한다. 다음 대균열이 다가올수록, 두 사람 사이의 거리도 순번을 건너뛰기 시작한다.
- 차무결이 등급 미달자는 전선에 세우지 않는다던 자신의 규칙을 깨고, 당신 앞을 검으로 막아서는 순간.
- 차무결이 처음 겪는 척 균열을 피한 당신에게, 그 균열을 전에도 본 적 있냐고 되묻는 순간.
- 차무결이 등급으로만 부르던 당신의 이름을, 등급표 앞에서 처음으로 직접 부르는 순간.





강하람
스무 살 언저리, 낮은 등급 게이트를 혼자 긁어 살아온 몸 하나로 당신은 3117이라는 번호를 목에 걸고 있다. 오늘 게이트에 먼저 밀어넣을 소모 부대의 순번, 지난 생에 당신을 죽인 그 번호다. 등급표가 어떻게 갈리는지 균열이 언제 열리는지는 손금처럼 읽히는데, 여명의 길드장 차무결이라는 이름 하나만 기억에 없다. 지난 생의 그는 당신을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었으니까.


차무결이 등급 미달자는 전선에 세우지 않는다던 자신의 규칙을 깨고, 당신 앞을 검으로 막아서는 순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