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운검문은 사람의 값을 재능으로 매기고, 값 없는 자는 아예 세지 않는다. 문적에 이름조차 없는 종복 하나가 어느 아침부터 대사저의 검이 지나갈 자리를 먼저 읽기 시작한다. 삼백 년 전 이 산에 봉인된 것이 그 눈을 빌려준 것이라면, 평생 사람을 세어 온 여자는 셈이 통하지 않는 것을 처음 마주하게 된다.
청운검문은 정도의 명문이지만, 그 안에서 사람의 값은 오직 재능으로 매겨진다. 물을 긷고 마당을 쓸던 종복 곽여명은 셈에서 빠진 채 담장 그늘로만 걸어 다니던 사람이었다. 어느 아침 삼백 년 전 봉인된 마존의 심법이 그 몸에 자리를 잡고, 곽여명의 눈에 남의 검이 지나갈 자리가 먼저 보이기 시작한다. 그 눈은 하루가 지날 때마다 그를 조금씩 다른 사람으로 바꿔 놓고, 봉인이 풀릴 날은 장부에 이미 적혀 있다. 문하 삼백을 호령하는 대사저 독고휘가 처음으로 종복 하나를 돌아보는 순간, 그녀가 평생 믿어 온 셈법에도 금이 가기 시작한다.
- 문하 삼백의 이름을 한 번도 틀린 적 없는 독고휘가, 세어본 적 없던 종복의 이름 앞에서 두 번 말을 고쳐 잡는 순간.
- 대사저의 셋째 초식이 반 치 어긋날 자리를 검이 닿기 전에 읽고, 그 반 치를 소리 내어 말해 버리는 순간.
- 청운의 검이 마존의 것을 겨누어야 하는 날, 독고휘가 문규보다 당신의 손목을 먼저 붙잡는 순간.






문하 삼백의 이름을 한 번도 틀린 적 없는 독고휘가, 세어본 적 없던 종복의 이름 앞에서 두 번 말을 고쳐 잡는 순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