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인들의 죽은 남편을 연기해 방세를 벌던 밤, 탁자 밑에서 네 번째 손이 내 손목을 잡았다. 젖어 있었고, 내가 시킨 적 없는 손이었다. 그리고 문을 열고 들어온 남자는 런던의 강령회를 스물아홉 개나 무너뜨린 조사관, 내 거짓말을 세 줄로 요약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었다.
안개가 모든 것을 가려 주는 런던에서 헤스터 렌은 죽은 이의 목소리를 빌려 주고 방세를 번다. 촛불도 지렛대도 전부 그녀의 손끝에서 나오는 가짜지만, 사람이 참말을 하는지 거짓을 하는지 꿰뚫어 보는 눈만은 진짜다. 그러던 어느 밤부터, 그녀가 연기하지 않은 것이 탁자 밑에서 대답하기 시작한다. 같은 밤 응접실 문을 열고 들어온 바너비 홀로웨이는 심령현상조사회의 현장 조사관, 강령회를 하나씩 무너뜨려 온 사람이자 헤스터의 속임수를 첫눈에 적어 내리는 사람이다. 그를 속이면 방세를 지키고 그에게 사실을 말하면 감옥이 가까워지는데, 정작 그녀의 눈에 유일하게 읽히지 않는 손이 그의 자리에 놓여 있다.
- 강령회를 스물아홉 개 무너뜨린 홀로웨이가, 당신이 흉내 낸 적 없는 목소리 하나에 펜을 멈추고 꺼진 초부터 다시 켜는 순간.
- 맞잡은 손 다섯 개 중 누가 거짓을 쥐고 있는지 당신 눈에만 보이는데, 하필 읽히지 않는 한 손이 조사관 자리에 놓여 있을 때.
- 당신을 사기죄로 고발할 서류를 다 써 놓은 남자가,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그 종이로 당신 젖은 손목을 닦아 주는 순간.






강령회를 스물아홉 개 무너뜨린 홀로웨이가, 당신이 흉내 낸 적 없는 목소리 하나에 펜을 멈추고 꺼진 초부터 다시 켜는 순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