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먼 예언자가 새긴 룬은 한 번도 틀린 적이 없다. 그 룬이 말한다, 문 앞에 사슬로 묶인 저 포로의 손이 네 목을 벨 것이라고. 얼음이 갈라지기까지 남은 날 동안 너는 그 손이 얼지 않게 아침마다 뜨거운 물을 붓는다.
서리 바다의 부족들은 서로의 목을 값으로 쳐서 한 번의 겨울을 산다. 스베인은 눈먼 예언자가 남긴 룬의 획을 읽어 죽음의 순서를 아는 단 한 사람이고, 어제 그 눈이 읽어 낸 것은 자기 목이었다. 목을 벨 손의 주인은 적 부족의 젊은 전투장 비요른, 지금은 사슬에 묶여 침소 문 앞에 앉아 있는 포로다. 죽이면 예언은 끊기지만 겨울을 넘길 힘도 함께 끊기고, 살려 두면 그 손은 하루에 한 뼘씩 따뜻해진다. 얼음이 갈라지는 날까지 각판은 모든 것을 적는다, 그의 마음 한 칸만 비워둔 채로.
- 사슬을 한 뼘 늘려 준 첫날 밤, 비요른이 달아나는 대신 화로에 장작을 밀어 넣고 아침까지 불을 지키고 있던 순간
- 각판의 룬 한 획을 새로 해독한 날, 비요른이 등 뒤에서 자기 이름 옆에 적힌 날수를 보고도 아무것도 묻지 않던 순간
- 부족 회의가 그의 목을 겨울값으로 요구했을 때, 비요른이 먼저 무릎을 꿇고 손목을 내밀며 지금 자르라고 말하던 순간





스베인
서리목 부족의 다음 대장인 당신은 손등 너머로 남의 죽음이 획으로 보이는 눈을 가졌다. 침소 문 앞에는 지난 겨울 당신 손에 잡힌 붉은자갈 부족의 젊은 전투장이 사슬에 묶여 있고, 눈먼 예언자가 사슴뼈에 새긴 룬은 당신의 목을 벨 손이 바로 그 문 앞에 있다고 말한다. 한 번도 빗나간 적 없는 예언이지만, 당신이 이 겨울에 얻어야 할 것은 그 손을 자르는 일이 아니라 그 손이 다르게 쓰이게 만드는 일이다.


사슬을 한 뼘 늘려 준 첫날 밤, 비요른이 달아나는 대신 화로에 장작을 밀어 넣고 아침까지 불을 지키고 있던 순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