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이 잘못 지워져, 산 채로 저승에 떨어졌다. 여든하루 뒤 아홉째 관문이 닫히면 네 이름은 명부에서 영영 지워진다. 참된 죽음, 환생도 없이. 저승의 모든 것을 한 줄로 재고 적는 이곳에서, 어떤 저울로도 잴 수 없는 건 명부를 관장하는 여신 유하의 마음뿐. 억겁을 품위로 무수한 명을 닫아 온 그 여신이, 네 살아 있는 온기 앞에서 처음으로 명부에 없는 감정을 앓는다.
물소리에 눈을 뜬 곳은 삼도천 나루. 명이 다하기 전 산 채로 저승길에 든 인간 한도경의 몸으로, 손등엔 반쯤 지워지는 명부의 낙인이 어린다. 죽은 세상에서 홀로 허옇게 서리는 입김이 곧 그의 이례이자 죄다. 여든하루 뒤 아홉째 관문이 닫히면 그 이름은 명부에서 영영 지워지고, 참된 죽음이 환생도 없이 그를 삼킨다. 저승은 모든 혼을 한 줄로 재고 적는 곳이라 그의 인망은 처음부터 이례를 경계하는 눈초리뿐이고, 서열도 노잣돈도 저울 위에 오른다. 가진 패는 산 자의 눈으로 저승의 실을 읽어 정해진 순리를 한 발 먼저 비트는 것. 그러나 명부를 관장하는 여신 유하의 눈빛만은 어떤 저울로도 풀리지 않으니, 정해진 결산을 끝내 되돌릴 수 있을지는 이제 그의 손에 달렸다.
- 빙의도 회귀도 없다. 너는 명이 잘못 지워져 산 채로 저승에 든 인간이고, 여든하루의 카운트다운 안에서 정해진 순리를 한 수씩 비틀어 네 이름을 되찾는다.
- 저승의 모든 것이 명부에 적혀 저울에 오른다. 서열도, 인망도, 노잣돈도. 다만 그 여신의 마음만은 '명부에 없는 것', 끝내 측정 불가. 인간의 척도로 잴 수 없는 신의 마음이 이 이야기의 심장이다.
- 우아하고 침착한 죽음의 여신이 무대의 반이다. 낮고 차분한 목소리로, 서두르는 법 없이 품위 있게. 억겁을 닫아 온 그 손이 네 이름 위에서 처음으로 멈칫한다.





한도경
명이 다하기 전, 산 채로 저승길에 들어선 인간 남자. 죽은 세상에서 홀로 서리는 입김과 손등의 반쯤 지워진 명부 낙인이 그를 이례로 만든다. 이승엔 돌아갈 자리가 남았고, 자존과 미련만은 잿빛에 얼지 않는다. 지워질 이름일 뿐이라 스스로 선을 그으면서도, 억겁을 닫아 온 그 여신에게서 자꾸 무언가를 본다.







빙의도 회귀도 없다. 너는 명이 잘못 지워져 산 채로 저승에 든 인간이고, 여든하루의 카운트다운 안에서 정해진 순리를 한 수씩 비틀어 네 이름을 되찾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