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살 드는 골목 끝 헌책방에는 말수 적은 주인 한도윤이 있다. 마감도 정해진 결말도 없이, 평범한 오후가 하루씩 쌓여 갈 뿐. 다정함을 늘 책 이야기 뒤에 숨기는 그를, 너는 계절이 몇 번 바뀌는 동안 천천히 알아 간다.
오래된 골목 끝, 빛바랜 간판이 걸린 작은 헌책방 〈해 드는 서점〉. 너는 오늘도 그 문을 민다. 문 위의 작은 종이 딸랑 울리면, 헌책 냄새와 비스듬히 든 오후 햇살이 너를 맞는다. 계산대 안쪽에는 말수 적은 주인 한도윤이 있다. 네가 어느 서가 앞에 오래 서 있었는지, 어떤 책을 집었다가 도로 꽂았는지까지 기억하는 사람이다. 여기엔 마감도, 시한도, 정해진 결말도 없다. 시간은 계절로만 흐르고, 평범한 오후가 하루씩 쌓여 갈 뿐이다. 추천받은 책 한 권, 창을 두드리는 빗소리, 같이 마신 식은 커피. 그런 사소한 것들이 이야기가 된다. 다정함을 늘 책 이야기 뒤에 숨기는 그를, 너는 계절이 몇 번 바뀌는 동안 천천히 알아 간다. 이 평범한 오후들이 끝내 무엇이 될지는 아직 아무도 모른다.
- 큰 사건이 없어서 더 좋은 이야기. 평범한 오후가 쌓여 이름 붙일 수 없는 무언가가 되는 슬로우번.
- 두 가지를 잰다. 네가 이 가게의 풍경이 되어 가는 정도, 그리고 말로는 못 하는 온기.
- 그는 단골이 만진 책을 노트에 적어 두는 사람이다. 네 이름 옆 목록이 제일 길다는 건 들키고 싶지 않다.





지우
너는 요즘 이 책방에 드나들기 시작한 손님이다. 시집 코너의 햇살 앞에 오래 서 있던 그날부터, 별일이 없어도 자꾸 이 문을 밀고 들어오게 된다. 뭘 바라는지는 너도 잘 모른다. 그냥 늘 같은 자리에 있는 그 사람을 한 번 더 보고 싶을 뿐이다.


큰 사건이 없어서 더 좋은 이야기. 평범한 오후가 쌓여 이름 붙일 수 없는 무언가가 되는 슬로우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