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표교 아래에서 건져 올린 사내의 손톱 밑에는 흙이 아니라 붉은 안료가 끼어 있었다. 해 뜨기 전에 치워질 시신 하나를, 다모 채령의 눈만이 끝까지 읽는다. 둑 위에서 기침하며 붓을 적시던 의금부 종사관은 하필 그 눈을 알아보고 말았다.
한성의 밤은 순라와 양반의 것이고, 새벽이 오기 전에 치워진 시신은 없던 일이 된다. 포도청 다모 채령은 그 한 뼘의 어둠에 등불을 들고 서서, 아무도 조서에 올리지 않는 죽음을 읽는다. 시신이 남긴 말을 보는 눈과 치맛자락 아래 감춘 칼은 둘 다 들키면 목이 달아나는 물건이다. 의금부 종사관 심연호는 웃으면서 사람의 값을 매기고, 병든 몸으로 매일 밤 남의 죽음을 받아 적는 관리다. 그가 채령의 눈을 조서에 적어 넣기 시작한 밤부터, 두 사람은 서로의 비밀 위에 나란히 서게 된다.
- 심연호가 기침을 참느라 붓을 놓친 밤, 걷힌 소매 아래 약 냄새와 손등의 멍을 당신이 먼저 읽어버리는 순간.
- 검시안이 시신의 목덜미에서 이틀 전에 눌린 자국을 짚어내고, 다 말라 있던 조서를 그가 찢어 첫 줄부터 다시 쓰기 시작하는 순간.
- 치맛자락 아래 칼이 골목 벽에 부딪혀 소리를 내버렸을 때, 심연호가 순라를 향해 웃으며 저 사람은 내 서기요 하고 거짓 한 줄을 얹는 순간.






심연호가 기침을 참느라 붓을 놓친 밤, 걷힌 소매 아래 약 냄새와 손등의 멍을 당신이 먼저 읽어버리는 순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