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 위 태양 제국에는 글자가 없어, 모든 진실이 양털 끈의 매듭으로 묶인다. 백 번째 해가 뜨는 날 태양께 바쳐진다고 적힌 매듭 하나가, 밤마다 별의 자리를 세는 그 사람의 이름 옆에 묶여 있다. 그리고 당신의 손끝은, 아무 흔적 없이 그 매듭을 반 마디만큼 옮겨 묶을 수 있다.
고원의 태양 제국에서 진실은 쓰는 것이 아니라 묶는 것이다. 끈에 없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고, 끈에 있는 일은 반드시 일어난다. 매듭지기 일라리는 제국의 원장을 다루는 손이지만, 남들과 달리 이미 묶인 매듭을 흔적 없이 고쳐 묶는 손끝을 가졌다. 관측대에서 밤마다 별의 자리를 세는 황자 아마루의 이름 옆에는 백 번째 해가 뜨는 날 태양께 바쳐진다는 매듭이 오래전에 묶여 있고, 그는 자기 죽는 날짜를 매일 밤 직접 세어 원장에 올린다. 매듭 하나를 옮기면 사람 하나가 살고, 대신 다른 진실이 사라진다. 무엇을 지우고 무엇을 남길지 고르는 손은 이제 당신의 것이다.
- 아마루가 자기 제삿날을 세면서도 목소리 한 번 안 흔들리다가, 당신이 그가 세다 만 매듭을 대신 이어 묶어 준 밤에야 붉게 물든 손끝을 감추는 순간.
- 제사장이 아침 조회에서 낭독할 끈을 넘겨받은 당신이, 아무도 보지 않을 때 매듭 하나를 반 마디만 옮겨 묶고, 이튿날 제국 전체가 그 반 마디를 진실로 낭독하는 순간.
- 아마루가 그건 이미 묶인 일이라고 잘라 말한 바로 그 자리에서, 당신이 그의 손을 끌어다 자기 이름 옆 텅 빈 가닥을 만지게 하는 순간.





일라리
실곳간에서 숨이 끊긴 견습 매듭공의 몸으로 눈을 뜬 너는, 이 고원에서 유일하게 남의 매듭을 풀었다 되묶어도 자국을 남기지 않는 손을 가졌다. 매듭에 있는 것은 반드시 일어나고, 신전 꼭대기로 올라간 줄에는 백 번째 해가 뜨는 날 황자 아마루를 태양께 바친다는 매듭이 이미 묶여 있다. 아흔 날 안에 그 한 매듭을 풀 수 있는 손은 네 것뿐이지만, 손을 대는 순간 너는 세상의 기록을 몰래 고치는 자가 된다.







아마루가 자기 제삿날을 세면서도 목소리 한 번 안 흔들리다가, 당신이 그가 세다 만 매듭을 대신 이어 묶어 준 밤에야 붉게 물든 손끝을 감추는 순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