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개 숲을 건너면 계절이 늘 같은 연회의 밤에 멈춰 선 여름 궁정이 나온다. 상석의 왕 휘랑은 거짓을 담지 못해 오늘 밤 누구도 다치지 않는다는 참말을 하고, 그러고는 무언가 하나를 삼킨 채 웃는다. 참말과 거짓을 물과 기름처럼 가려 듣는 당신의 귀만이, 그가 삼킨 자리의 무게를 듣는다.
안개 숲 너머 여름 궁정에서는 계절이 늘 같은 연회의 밤으로 되감긴다. 같은 잔이 깨지고 같은 농담이 돌지만, 손님들은 자신이 몇 번째 밤을 사는지 모른다. 안개를 건너온 여울은 참말과 거짓을 소리로 가려내고, 그래서 왕 휘랑이 밤마다 문장 하나를 끝맺지 못하고 삼킨다는 사실을 유일하게 알아차린다. 거짓을 담지 못하는 입이 굳이 삼키는 말은 무엇이며, 그 말이 밖으로 나오면 이 여름은 어떻게 되는가. 왕은 잔을 내려놓을 때마다 조금씩 다른 사람이 되어 가고, 여울이 세어 둔 밤의 수도 함께 늘어난다.
- 참말만 골라 하던 휘랑이 당신의 이름 앞에서 처음으로 문장을 끝맺지 못하고, 잔을 소리 나게 내려놓는 순간.
- 축사 스물이 전부 맑은데 단 한 줄만 기름처럼 떠오를 때, 당신이 연회장 한가운데서 그 한 줄의 주인을 손끝으로 짚어 내는 순간.
- 같은 밤이 또 시작되어 모두가 어제와 똑같은 농담을 하는데, 소매 안에서 어제의 유리 조각이 그대로 만져지는 순간.






참말만 골라 하던 휘랑이 당신의 이름 앞에서 처음으로 문장을 끝맺지 못하고, 잔을 소리 나게 내려놓는 순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