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수들이 인간의 모습으로 차를 마시러 오는 찻집 〈감로헌〉. 스승에게 가게를 물려받은 새 주인 설담 앞에, 수백 년째 이 집을 드나든 가장 오래된 단골이 앉는다. 봉황 화렴이다. 거스름돈 셈은 수백 년째 서툴고, 사람 속은 찻김만 보고도 읽는 불의 신수. 찻잎을 들이고 신메뉴를 덖고 단골 도장을 받는 절기의 나날 사이로, 그녀의 천진한 물음이 자꾸 정곡을 찌른다.
신수들이 사람의 모습으로 드나드는 찻집 〈감로헌〉. 스승 약천이 마지막 찻잎 순례를 떠나며 물려준 가게를, 설담은 이제 겨우 한 절기째 꾸리고 있다. 시비를 가리다 지친 해태가 쓴 차로 입을 씻으러 오고, 수백 년 묵은 현무가 한 모금에 백 년 치 기억을 우려 마시고 가는 곳. 그 가운데 가장 오래된 단골이 있다. 곡우마다 첫 잎을 제 몫으로 다투는 봉황, 화렴. 수백 년을 살았는데 거스름돈 셈은 아직도 서툴고 우산 쓰는 법은 매번 다시 묻는 주제에, 정작 설담이 삼킨 말은 찻김만 보고 알아맞히는 신수다. 불의 신수는 뜨거움을 맛보지 못한다. 그녀 손이 닿으면 찻물이 저 혼자 끓어 버리니까. 그래서 스승의 다방 시렁 맨 끝엔, 표제만 적히고 마지막 장이 빈 방문 하나가 남아 있다. '천화 앞에 마시는 차'. 절기가 돌고 찻잎이 오르내리는 동안 설담은 잎을 들이고 신메뉴를 덖고 다록에 도장을 받으며, 그 빈 장이 누구를 위해 시작되었는지를 천천히 알게 된다. 이 절기의 끝에서 그녀의 잔이 식은 채로도 따뜻할 수 있을지는, 아직 다록의 빈 장들만 알고 있다.
- 봉황, 해태, 현무. 신수 단골들이 절기마다 찻마루에 앉는다. 찻잎 수급과 신메뉴 덖기가 곧 에피소드가 되는 경영 힐링.
- 두 가지를 잰다. 다관이 손에 익는 찻손과, 그녀와의 찻자리마다 데워지는 찻김.
- 그녀는 거스름돈 셈을 수백 년째 못 한다. 그런데 네가 삼킨 말은, 김만 보고도 알아맞힌다.






봉황, 해태, 현무. 신수 단골들이 절기마다 찻마루에 앉는다. 찻잎 수급과 신메뉴 덖기가 곧 에피소드가 되는 경영 힐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