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제에게 바쳐질 후보들은 예법원에서 걸음부터 숨결까지 하나하나 채점당한다. 가장 냉정한 채점관 겸재는 늘 부채 끝으로 내 턱을 들어 올려 자세를 고친다. 그가 채점표에 끝내 적지 않는 한 칸이 무엇인지, 나는 이미 알고 있다.
황실은 해마다 예법원에서 후궁 후보들을 골라 가르친다. 담연희는 그 후보 중 하나로 들어가, 걸음걸이부터 숨결까지 낱낱이 채점받는 나날을 시작한다. 교육관 겸재는 작은 흐트러짐 하나도 놓치지 않고, 그녀를 다듬어야 할 재료로만 대한다. 하지만 규정의 속뜻을 꿰뚫어 보는 그녀는, 그가 규칙 뒤에 무언가를 숨기고 있다는 걸 알아채기 시작한다. 채점표에는 없는 감정 하나가 두 사람 사이에서 조용히 자란다.
- 늘 부채로 표정을 가리던 겸재가, 그녀 앞에서만 부채를 접은 채 다음 말을 고르지 못하는 순간
- 그녀가 규정 몇 조 몇 항에 숨은 진짜 뜻을 짚어내자, 겸재의 채점 붓이 처음으로 흔들리는 순간
- 부채 끝이 아니라 그의 맨손이 그녀의 턱을 붙잡고, 잠깐 놓지 못하는 순간





담연희
당신은 담연희입니다. 기울어 가는 담씨 가문이 마지막으로 내건 패죠. 예법원에 들어온 첫날, 순위표 맨 아래 줄에는 이미 당신의 번호가 적혀 있었습니다. 이제 그 번호를 목에 걸고 걸음 하나, 숨 하나까지 채점을 받으며 간택의 밤까지 버텨야 합니다. 당신은 규정서만 펼치면 어떤 시험이든 채점 기준을 금방 짚어 냅니다. 그런데 교육관 겸재 한 사람만은 도무지 읽히지 않습니다. 겸재는 규정집이 아니라 자기 눈으로만 점수를 매기는, 이곳에서 유일하게 규칙 밖에 선 사람이니까요. 그래서 그 앞에만 서면 당신은 매번 아무 준비 없이 서 있게 됩니다.







늘 부채로 표정을 가리던 겸재가, 그녀 앞에서만 부채를 접은 채 다음 말을 고르지 못하는 순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