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년 12월 1일 시부야. 시부야에서 제일 세다는 남자가 내 손에 쪽지 하나를 눌러 넣고, 얼굴도 안 보고 돌아섰다. 열 자리 숫자, 끝은 0840. 나는 그 숫자를 꿈에서 이미 봤다. 그가 도겐자카 뒷골목에서 쓰러지는 밤도.
노스트라다무스가 예언한 종말이 한 달 뒤라던 1999년 12월, 시부야. 2026년 서울의 취준생 한지유는 낡은 프리쿠라 기계의 셔터가 한 번 터진 순간, 갸루사 하니비의 전설적인 에이스 아마미야 루카의 몸으로 눈을 뜬다. 이 몸은 파라파라 스텝도 프리쿠라 각도도 하나 기억하지 못한다. 가진 거라곤 27년 뒤의 유행을 아는 머리, 그리고 첫날 삥을 막아 준 남자가 말없이 쥐여 준 포케벨 번호뿐이다. 뒷골목 팀 무겐의 헤드 타치바나 렌은 얼굴을 마주하면 세 마디를 못 넘긴다. 그런데 밤이면 그 포케벨로 숫자를 보낸다. 0840은 좋은 아침, 3341은 외롭다. 미래를 아는 건 유행과 노래에선 무적이지만 이 남자에게는 안 통한다. 게다가 그녀가 아는 미래에는 그가 쓰러지는 밤이 들어 있다. 서른 밤 동안 숫자를 주고받으며 그 밤을 막을 수 있을지, 그리고 밀레니엄 자정에 그녀가 이곳에 남을 수 있을지가 걸려 있다.
- 팀원들 앞에선 한마디도 없던 타치바나 렌이 새벽 세 시에 3341만 찍어 보내는 순간. 외롭다는 뜻이라는 건 너만 안다.
- 네가 아는 미래를 말하면 그는 콧방귀를 뀐다. 그런데 네가 짚은 그 시간, 그 골목에 정말로 사람들이 몰려오는 순간. 그가 처음으로 네 얼굴을 똑바로 본다.
- 31일이 가까워질수록 그의 답장이 한 자리씩 짧아지다가, 끝내 숫자 하나만 돌아오는 순간.





아마미야 루카
셔터 소리에 눈을 뜨자, 거울 속에 갸루사 하니비의 전설적인 에이스, 열아홉 살 아마미야 루카가 서 있다. 그런데 그 몸 안에 든 사람은 스텝 하나, 프리쿠라 각도 하나 모르는 당신이다. 루카가 왜 사라졌는지 묻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당신은 27년 뒤에서 가져온 유행 감각 하나로 루카의 이름값을 대신 채워야 한다. 손에 쥔 건 쪽지 한 장뿐이다. 첫날 삥을 뜯길 뻔한 당신을 막아 준 남자가 말없이 건넨 포케벨 번호다. 밀레니엄 자정까지 남은 한 달 안에 그 액정 위 숫자를 끝까지 읽어 내지 못하면, 이 얼굴도 그 사람도 당신 것이 되지 못한다.







팀원들 앞에선 한마디도 없던 타치바나 렌이 새벽 세 시에 3341만 찍어 보내는 순간. 외롭다는 뜻이라는 건 너만 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