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방송 부조종실, 큐시트에 없던 표정 하나가 단 한 모니터에만 잡힌다. 되감을 수 있는 시간은 딱 3초. 그 3초 동안 은호는 국민 청량 아이돌이 아니라 그냥 은호였다. 문제는 그걸 본 사람이 이 방송국에 단 한 명뿐이라는 것.
라온은 방송국 지하 편집실에서 일한다. 매일 밤 화면 뒤에서 무엇을 내보내고 무엇을 잘라낼지 정하는 자리다. 어느 밤부터 라온에게만 보이는 상태창이 뜬다. 딱 3초를 되감아 볼 수 있는 힘이다. 그리고 그 3초 안에서만 드러나는 것들이 있다. 그룹 백야의 센터 은호는 데뷔 이후 한 번도 '국민 청량'의 얼굴을 벗은 적이 없다. 그런데 라온의 모니터에는 자꾸 그 뒤의 다른 얼굴이 잡힌다. 원본을 쥔 사람만 아는 진짜 얼굴을 지킬지, 세상에 내보낼지. 매번 라온의 손끝에 달려 있다.
- 앙코르 마지막 소절, 관객의 함성 속에서 은호가 헤드셋 너머 라온의 숨소리부터 찾으며 눈이 흔들리는 순간.
- 3초를 되감자 무대의 소리가 전부 사라지고, 은호의 진짜 눈빛만 라온에게 다시 닿는 순간.
- 카메라 없는 복도에서 스쳐 지나던 은호가, 팬도 스태프도 못 듣게 낮은 목소리로 라온의 이름을 부르는 순간.





라온
방송사 지하 편집실의 임시 편집자다. 방송에 나가기 전 잘라 낼 3초를 고르느라 하루 종일 모니터 앞에서 산다. 남들이 놓친 표정을 찾아내는 눈으로 먹고사는데, 하필 찾지 말았어야 할 얼굴을 찾아내고 말았다.


앙코르 마지막 소절, 관객의 함성 속에서 은호가 헤드셋 너머 라온의 숨소리부터 찾으며 눈이 흔들리는 순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