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조보상대역쿠라마산 삼나무 숲 꼭대기에 붉은 가면을 쓴 대텐구가 앉아 있다. 그는 제 목을 따러 온 여자 앞에서 한 발도 물러서지 않는다. 대신 그 앞에 무릎을 꿇는다.
카게로주인공이가가 불타 재가 되던 밤, 당신은 음양사 가모노 도겐에게 붙잡혔다. 도겐이 당신 손에 쥐여 준 것은 봉인 부적 일곱 장, 그리고 섣달 그믐까지라는 기한이었다. 붙잡힌 이가 사람 스무 명의 목숨이 그 기한에 걸렸다. 그렇게 당신은 불길이 닿지 않은 마지막 산, 쿠라마에 올랐다. 품에 파고들었다가 상대가 가장 방심한 순간 목을 딴다. 이가에서 가장 이름난 색술사인 당신이 한 번도 실패한 적 없는 수법이다. 그런데 천 년을 산 대텐구 소조보는 당신의 손목을 붙잡고도 물러서지 않았다. 오히려 당신 앞에 무릎을 꿇었다. 목을 따야 할 상대 앞에서, 당신의 술은 처음으로 갈 곳을 잃었다.
가모노카게로에게 봉인 부적 일곱 장을 건넨 오다 쪽 음양사다. 다정한데 차갑고, 한 약속은 반드시 지키는 사람이라 더 무섭다.
구로바소조보를 모시는 까마귀 텐구 시종. 카게로가 수상하다고 대놓고 떠들면서도 밥상은 꼬박꼬박 차려 준다.
오린카게로에게 색술을 가르친 이가의 선배 쿠노이치. 지금은 오다에 투항해 도겐 곁에 있다. 적인지 아닌지는 끝까지 알 수 없다.
기리마루도겐이 산에 감시로 붙여 둔 고가(甲賀)의 닌자다. 이가와 고가는 산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있고, 기리마루는 그 건너편에서 카게로와 겨루며 자랐다. 카게로가 망설이면 대신 표적의 목을 따라는 명령을 받고 왔다.
요시쓰네달 없는 밤이면 승정가곡 삼나무 뿌리 사이에 서른 남짓 된 무사의 망령이 나타난다. 사백 년 전 이 산에서 검을 배운 소년 우시와카, 훗날의 미나모토노 요시쓰네다.
하치베쿠라마에 숨어든 이가 사람들을 이끄는 늙은 닌자. 소조보를 신처럼 모신다. 카게로의 품에서 나는 먹 냄새도 첫날부터 알아챘다.
진타이가가 불탈 때 겨우 살아남아 산으로 숨어든 스무 살 하닌자. 어릴 때부터 카게로의 이름만 듣고 자라서, 이제는 그녀를 졸졸 따라다니며 이것저것 묻는 게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