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젯밤까지 읽던 로판 소설 속에서 눈을 떴다. 여주인공도 악녀도 아니다. 3화 독살 소동에서 누명을 쓰고 황태자의 검에 베여 퇴장하는, 이름 없는 시녀 A의 몸이다. 다행히 나는 이 소설을 끝까지 읽었다. 진짜 독살범이 누군지, 누명이 어떤 순서로 짜이는지 안다. 그 냉혹한 황태자가 사실은 어머니를 죽인 진범을 잡으려고 몇 년째 제 목숨을 미끼로 걸어 왔다는 것까지. 달의 연회까지 아흔 날. 시녀가 황태자 곁에 머물 방법은 다과 시중과 걸레질뿐이지만 상관없다. 찻잔 하나, 은수저 하나, 소문 한 줄까지 전부 뒤집어서 3화를 찢고 4화를 새로 쓸 거다. 문제는 각본에서 벗어날수록, 원작에선 시녀 따위 쳐다보지도 않던 그 남자의 눈이 자꾸 나를 따라온다는 거다.
4화부터는 별조각으로 열어요. 한 번 연 화는 언제든 다시 읽을 수 있어요.
1화약 13분무료3화에서 퇴장원작 3화에서 황태자의 검에 베여 죽을 이름 없는 시녀로 눈뜬 리네트가, 바로 그 황태자 앞에서 고개를 들고 찻잔을 등불에 비춘다.
2화약 11분무료지워지지 않는 장부명단에서 이름을 빼려던 리네트가, 법도는 장부 앞에서 멈춘다는 걸 배운다.
3화약 12분무료어느 복도은수저 도난으로 선 새벽 검문 줄에서, 리네트는 황태자를 내려다본 창 하나를 숨기지 않는다. 그날 저녁 좁은 뒷길에서 그는 장부가 고른 잔을 제 손으로 쏟아 버린다.
4화약 9분20두 번 도는 소리황태자의 아침 다과에 붙은 리네트는 독이 차가 아니라 찻잔의 금테에 있었다는 걸 알아낸다. 그 증거를 자기 침상 밑에 숨긴 채, 그에게서 내일도 잔을 올리라는 약속을 받는다.
5화약 9분20바꿔 놓은 잔황태자가 명령인 척 등을 돌리게 하고 잔과 받침을 엇갈려 두자, 리네트는 소리 하나로 알아채고 말없이 제자리로 돌려놓는다. 셈에 없던 그 순서 앞에서 그가 묻는다. 어떻게 알았지.
6화약 11분20흘려 둔 서류황태자의 서재 바닥에 떨어진 달의 연회 경비 서류. 리네트는 읽을 줄 알면서 펼치지 않는다. 그 모습으로 그는 그녀가 무엇을 읽지 않는지까지 잰다. 그리고 해 질 녘 복도에서는 시종장의 장부가 그녀를 기다린다.
7화약 12분20세답방의 법
8화약 11분20원작 2화의 날
9화약 9분20달빛 정원
10화약 9분20주연의 비고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