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화셔터 소리12분 23초
비 오는 골목에 누가 쓰러져 있었어. 얼굴은 저쪽으로 돌아가 있었고, 웅덩이엔 쪽지 한 장이 떠 있었지.
그 사람 손 옆에서, 금 간 은회색 삐삐가 울렸어. 초록 액정엔… 공팔사공.
이름을 불러야 했는데, 나는 그 사람 이름을 몰랐어. 꿈은 늘, 아침이 오기 전에 끝났지.
아마미야또… 그 꿈이네.
새벽에 온 문자. 한지유 님, 귀하의 역량은 뛰어나나… 응, 내 이름은 한지유. 취준만 몇 년째야.
그 꿈은 을지로 만물상에서 프리쿠라를 산 날부터였어. 옛날 일본 즉석 사진 스티커. 브이 하는 갸루 언니 옆에, 얼굴 잘린 남자가 있었지.
귀퉁이엔 공팔사공. 일본 삐삐, 포케벨 암호래. 공은 '오', 팔은 '하', 사는 '요'. 이어 읽으면 오하요오, 좋은 아침.
오늘 다시 갔더니, 플러그 빠진 고물 프리쿠라 기계에 불이 켜져 있었어. 홀린 듯 들어가서, 스티커를 화면에 댔지.
아마미야어? 나 돈 안 넣었는데… 왜 혼자 세는 거야?
형광등이 웅웅거렸어. 뜨끈한 인화지 냄새. 눈을 떠 보니, 처음 보는 가게였지.
아마미야뭐야… 여기 어디야? 폰은? 내 지갑은?
거울 속엔 까맣게 태운 얼굴에 금발인 갸루가 서 있었어.…